총수일가 줄소환사태 맞은 두산 경영 어디로
시민단체 “가족회의식 경영 전면 탈피 계기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등 두산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향후 두산그룹의 경영체제에 대폭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경영을 이끌어온 두산 총수 3~4세대들 대부분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어렵게 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등 대안이 모색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두산호 어디로?=박용성 회장 등 두산 3세대들이 비자금 조성과 대규모 분식회계 개입 등의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두산그룹의 비상경영 채비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카드는 두 가지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방안이다. 두산은 지난 1991년 페놀 사태로 박용곤 회장 체제가 위기를 맞았을 때 고 정수창 회장을 영입해 2년여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 전례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용성 회장과 서울 상대 동기동창으로 각별한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두산의 전문경영인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진 전 부총리는 “금시초문”이라면서도 “두산은 중공업 등에서 가능성이 많아 국민들의 사랑받는 기업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또다른 카드는 의사 출신으로 지금까지 그룹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박용현 서울의대 교수가 그룹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안이다.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형제의 난’ 초기에 집안의 조율사 구실을 맡았고, 최근엔 대외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박 교수의 세 아들은 모두 두산 계열사에 몸담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만약의 유고사태 시 박용현 교수가 나서는 안이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논의된 것으로 안다”며 “최근 계열사 관련 보고도 일부 챙긴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교수도 19일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되는 등 일가의 비리 책임 공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변수다. 지배구조 투명화 계기 되나?=두산은 ‘사우디 왕가’식이란 표현 아래 형제간 ‘공동 소유·경영’을 내세웠으나,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이 아니라 박씨 일가의 ‘가족회의’가 사실상 경영 전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두산 경영 비리와 관련해 3세대 6명 가운데 박용오·용성·용만 형제가 직접 연관돼 있고, 여섯째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도 비자금 조성 혐의가 있다. 3세대의 맏이인 박용곤 명예회장은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상태다. 또 조성된 비자금 등 회삿돈이 박씨 일가의 증자 과정에 쓰여, 박용현 교수 일가와 4세대 대부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있다. 이에 따라 박씨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두산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개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에스케이그룹이 에스케이글로벌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를 겪으며 사외이사의 실질적 권한 강화 등이 도입됐듯이, 두산도 시장과 주주들의 신뢰를 받을 만한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최한수 팀장은 “오너 일가의 황제경영 체제를 탈피하는 게 중요하다”며 “원칙적으로 비자금 조성 등으로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책임자들이 회사 경영에 계속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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