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부인 노순애씨
에스케이(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부인 노순애(사진)씨가 28일 밤 별세했다. 향년 89.
1928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최 회장과 결혼해 3남 4녀를 뒀다. 신혼 시절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피난을 간 시아버지와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지키는 등 종갓집 맏며느리로서 살림과 자식 교육에 전념해왔다.
특히 고인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이 수복된 뒤 집으로 돌아온 최종건 회장에게 창고에 사두었던 인견사(인조섬유)가 어떻게 됐겠느냐는 얘기를 꺼냈고, 최 회장은 곧바로 창신동 창고를 들렀다. 천만다행으로 폐허 속에서도 인견사 열한 고리가 고스란히 놓여 있었고, 이 인견사가 훗발 선경그룹(에스케이그룹의 옛 이름) 창업의 종잣돈이 됐다고 한다.
1973년 남편을 잃고 2000년에는 큰아들 윤원씨마저 잃은 고인은 독실한 불교 신자다. 두달 전인 지난해 11월 워커힐에서 둘째 아들인 최신원 에스케이시(SKC) 회장과 시조카인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수연에서 “아들, 딸들아 회목하게 잘 살거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유족으로는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에스케이케미칼 부회장, 딸 정원, 혜원, 지원, 예정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이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31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 서대문구 광림선원이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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