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노동관련 4개 법안 등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통과돼야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도 “교육감들이 하루빨리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등이 누차 해오던 얘기다. 다만 비판의 강도는 더 높아졌고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도 늘었다.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규에 국회가 조속히 화답할 것을 촉구합니다” “일부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퍼져야 할 곳에 부모님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청년수당’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곳간을 헐어 쓰는 데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유 부총리의 표현대로라면 야당과 일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는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각 쟁점마다 서로 부딪히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부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노동관련 법안에 대해, 노동계는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해고가 쉬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누리과정이라는 국책사업에 지방교육청은 수년째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을 반기는 청년들도 많다.
당연히 기자들의 관심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도대체 왜 갈등이 커졌고, 유 부총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지에 쏠렸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기자들의 항의에도 유 부총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브리핑실을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예상보다 브리핑이 길어진 데다 부총리와 기자단 오찬도 예정돼 있어 질문을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리를 뜨는 유 부총리의 모습에서, 누리과정에서 보듯 정부의 일방적인 몰아붙이기가 사태를 더 꼬이게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13일 취임하면서 “국회·언론·이해관계자·시민사회와 직접 부딪혀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빈말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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