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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신격호 “판단력 50대와 같아”…여동생쪽 “수십번 같은 얘기”

등록 2016-02-03 21:57

건강상태 확인 위한 첫 법원 심리
불참 예상 깨고 재판정 나와 발언
기자들 질문엔 아무런 답변 않아
여동생쪽 “치매 진행중인 상황
후견인 지정해 분쟁 정리되길”
결과 따라 경영권 분쟁 분수령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판단력 등 정신건강 상태를 법원에서 판가름하기 위한 첫 심리가 3일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리에서 신 총괄회장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양쪽 법률대리인의 전언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재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근거로 한·일 롯데 경영권을 둘러싼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총수 일가 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날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 주재로 진행된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에 직접 출석한 신 총괄회장은 “50대나 지금이나 판단능력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창 변호사(법무법인 양헌)는 심리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법률대리를 맡은 신 총괄회장이 법정에서 판단능력 문제에 대해 아주 길게 말했다며 이렇게 전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으로 온전한 판단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관리와 법률행위 등을 맡기는 제도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9)씨는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에 대해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법정에서) 우스갯소리로 동생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신정숙씨의 법률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에게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고 공개 주장한 데 이어, 이날 법정에서도 정신건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희들 입장은 (신 총괄회장이)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판단능력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후견인을 지정해 더이상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게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신 총괄회장이) ‘50대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얘기를 수십번 했다. 다른 질문에도 그 대답을 수십번 했다. 질문 취지를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까 대답을 못해서 다시 질문해서 또다시 설명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 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려는 듯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고 법정에 걸어 들어갔다.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 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려는 듯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고 법정에 걸어 들어갔다. 연합뉴스

이날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를 마다하고 지팡이에만 의지한 채 걸어서 재판정까지 들어갔다. 그는 애초 재판에 안 나올 것으로 전해졌으나 갑작스레 출석 결정을 알렸고, 법률대리인은 명명백백하게 본인 모습을 밝히려는 취지라고 건강 상태에 자신감을 표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50여분간의 심리가 끝난 뒤엔 휠체어를 타고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떠났다.

신 회장은 심리를 마친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 회장은 심리를 마친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법원이 후견인 지정을 받아들인다면, ‘장남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게 아버지 뜻이라고 주장하는 맏아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그동안 아버지 위임장을 근거로 한·일 법정에 소송들을 제기했는데,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위임장 자체가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엔 경영권 분쟁에서 강화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신 전 부회장 쪽은 지난해 7월말에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긴급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의 대표권을 박탈한 것에 대해 도쿄지방법원에 무효소송을 내는 등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후견인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은 앞으로 건강상태를 점검받게 된다. 최종 판단까지 적게는 3~4개월, 많게는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누가 후견인이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신정숙씨는 신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을 후보자로 신청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빼고 나머지 3명 가운데에서 후견인이 결정될 경우, 이들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양상은 달라진다.

법원 쪽은 이날 심리 뒤 “신문 내용과 사건 본인의 상태는 밝힐 수 없다”며 “정신감정 실시에 양쪽이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다음달 9일 심리에서 감정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한 결정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재욱 서영지 현소은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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