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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휘발유값 아직도 1900원대야! 저유가에도 일부 고가 고집 왜?

등록 2016-02-14 20:23수정 2016-02-15 10:43

ℓ당 1900원대 5곳·1800원대 34곳
커피제공·무료세차 ‘차별 마케팅’
여성 고객 상대적으로 많이 찾아
임대 비싸고 경쟁가게 없어도 고가
모처럼 운전자들이 웃고 있다. 2000원 수준을 오르내리던 ℓ당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이 14일 현재 1353원까지 떨어졌다. 경유는 1101원이다. 하지만 1800~1900원대(휘발유), 1600원~1700원대(경유)를 유지하는 고가 주유소들도 여전히 있다. 휘발유나 경유는 품질이 비슷한데, 다른 주유소들보다 40~50%나 비싸게 팔면서 어떻게 영업이 가능할까?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을 보면, ℓ당 1900원대에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가 5개, 1800원대에 파는 주유소가 34개 된다.

일단 기름 소매값은 주유소 주인이 정한다. 정유사가 관여하면 공정거래법의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과거 고유가로 정유사가 욕을 먹던 시절 ‘고가 정책’을 펴던 주유소 사장님들을 좇아다니며 가격 좀 내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는데, 거부하면 도리가 없었다. 주유소 사장님은 정유사도 못말린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가 주유소 주인들의 1차적 생존 비법은 차별적 마케팅이다. ℓ당 1995원으로 전국에서 세번째로 비싸게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뉴서울주유소의 한 직원은 “5만원 이상 주유하면 세차를 해주고 라바짜 원두커피를 제공한다. 주유소 내 별도 커피숍 공간이 있어 세차하는 동안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7만원 이상 주유하면 내부 세차도 해준다”고 말했다. 커피값과 세차비가 주유비에 포함된 셈인데, 상대적으로 여성 고객이 많다고 한다.

ℓ당 1898원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서남주유소는 금액에 상관없이 주유만 하면 세차를 해준다.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이 주유소 사장은 “도심이라 비싼 임대료가 기름값에 반영돼 어차피 가격 경쟁으로는 당해낼 수 없다. 200~300원 내린다고 손님이 더 올 것도 아니고, 덜 팔아도 제값 받고 파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가까운 거리에 주유소가 없어 기름이 바닥난 차들이 1만~2만원어치 주유하고 가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들이 세차 서비스를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1950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린 추자도의 제주 인양주유소는 반대로 외딴 섬이라는 환경 탓에 비쌌다. 이환구(40) 사장은 “운임이 많이 들고 판매량도 얼마 안돼 비쌀 수밖에 없다. 경유는 유조선이 오지만, 휘발유는 일일이 드럼통 배에 실어 날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주유소 경유 판매값은 ℓ당 1400원으로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쌌다. 인양주유소는 추자도에서 하나뿐인 주유소이고, 섬 전체 차량은 400대가량에 불과하다.

이렇듯 기름 소매값은 수요(주변 교통량 및 대당 구매량), 원가(임대료 및 운반료), 경쟁 상황(인근 주유소 수와 판매값), 영업 전략(점유율 확대냐 수익성 제고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1990~2000년대 서울 반포 삼풍주유소는 전국 판매량 1~2위를 다투던 유명 주유소였다. 주변 주유소보다 ℓ당 100~200원 비쌌지만, 적립된 마일리지에 따라 쌀부터 텔레비전까지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고 유니폼을 입은 정직원 주유원들이 시원스레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주유 서비스를 해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국 1등’ 주유소는 2011년 폐업했고, 현재 그 자리엔 상업용 건물이 들어서 있다. 주유소 장사를 아무리 잘해도 빌딩 올리고 임대 수입을 받는 기회비용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유사는 ‘주유소 사장님이 갑’이라지만, 정작 주유소 쪽은 “현재 과당경쟁으로 공멸 위기이며 전국 주유소 10%가량이 매물로 나와 있을 정도”(서남주유소 사장)로 힘들다고 말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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