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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이익 나도 판다” 이재용의 ‘전자·금융 집중’ 전면화

등록 2016-02-17 01:22

16일 삼성그룹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의 서울 용산구 사옥 모습. 최근 삼성이 제일기획 매각 문제를 놓고 세계 3위 광고회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6일 삼성그룹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의 서울 용산구 사옥 모습. 최근 삼성이 제일기획 매각 문제를 놓고 세계 3위 광고회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업 다각화 시대 끝’ 판단
‘선택과 집중’ 밀어붙여
광고업계 1위 업체까지 매물로
다른 계열사 매각설도 나돌아
경영실적으로 리더십 입증 노려
형제간 계열분리도 변화 예상
삼성이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성사 여부와 별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전면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은 2013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한 이후 두차례에 걸쳐 계열사 매각을 단행했다.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방위산업),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석유화학) 등 4개사를 1조9천억원에 팔았다. 이어 2015년 10월에는 롯데그룹에 삼성정밀화학, 삼성비피(BP)화학, 삼성에스디아이(SDI)의 케미칼사업부문(별도법인으로 분리) 등 3개사를 3조원에 매각했다.

이 부회장은 진작부터 그룹의 양대 축인 전자와 금융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해왔지만, 재계에서는 그 진의를 놓고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부실이나 공급 과잉 등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과거에도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광고업계 1위인 제일기획의 매각 추진은 기존 방산과 석유화학 사업의 정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일기획의 간부는 “전자·금융 등 핵심이 아닌 나머지 사업은 당장은 이익이 나더라도 과감히 정리할 수 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삼성은 제일기획 매각 건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장에서는 삼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에스원(보안)과 삼성물산 주택사업 등의 매각설이 꾸준히 돌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사장은 “그룹 안에서는 전자와 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나 사업부문은 내일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분명히 하는 배경으로는 달라진 경영 환경이 꼽힌다. 국내 재벌들은 지난 40여년 동안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뛰어드는 ‘비관련 사업 다각화’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전략이 수명을 다했다는 견해가 많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과거 고도성장시대에는 비관련 사업 다각화가 리스크는 크지 않고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컸으나, 지금은 열개 사업 중 한두개만 실패해도 나머지 전부가 함께 망할 정도로 리스크가 커지면서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삼성그룹의 3세 승계와 리더십 문제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고위 임원은 “이 부회장은 진정한 리더십을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회사 지분이 많은 것보다, 경영 실적으로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조부와 부친이 시작한 여러 사업 중에서 실패 위험성이 있는 것은 미리 정리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재벌들도 경영 환경 변화와 3세 승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여서, 삼성의 ‘선택과 집중’이 재계 전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재벌들이 당장 사업 다각화를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과거처럼 무분별한 방식이 아니라 명확한 수익성 전망에 근거해 선택적 다각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제일기획 매각 추진은 ‘이재용 부회장-전자와 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호텔과 유통,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패션과 광고’로 알려져온 삼성 3세들 간의 후계 구도와도 어긋나, 향후 형제간 계열 분리를 위한 교통정리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삼성은 제일기획 매각설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일부 외신을 비롯해 매각에 관한 소문은 있으나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매각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확답을 피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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