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회사에서 동일한 직함(대표이사)으로 일해도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이 받은 퇴직급여(연평균 기준)가 전문경영인에 비해 각각 3.5배, 5.8배에 달해, 총수일가에 대한 과도한 퇴직급여 지급 관행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7일 ‘기업임원의 퇴직급여(퇴직금+퇴직위로금) 현황과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작성자 이승희 사무국장)를 발표하고, 상장사 등기임원 개별 보수(5억원 이상) 공시제도 시행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 총수일가의 과도한 퇴직급여 문제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2015년 봄에 공시된 2014년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2014년에 퇴직한 상장사 등기임원 133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퇴직임원의 총 퇴직급여는 1815억69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13억6500만원에 달했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해 3분기 발표한 도시근로자 가구(2인 이상)의 연 평균 소득 5321만7036원의 24년치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 근무기간이 파악되는 퇴직임원 99명의 1년당 퇴직급여는 1억7500만원이었다. 이는 연봉이 9천만원인 근로자가 23년4개월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에 해당한다.
또 총수일가 출신 임원 9명이 받은 퇴직급여 총액은 513억9300만원으로,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을 그만둔 정몽구 회장이 108억원을,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고 한화케미칼, 한화갤러리아, 한화건설, ㈜한화 등 4개사를 그만둔 김승연 회장이 143억8500만원을 받았다. 이들 총수일가 출신 임원의 근무기간 1년당 퇴직급여는 평균 3억8400만원으로, 전문경영인(1억2800만원)의 3배에 달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2014년 정몽구 회장과 박승하 대표가 함께 퇴임하면서 퇴직급여 명목으로 정 회장은 108억2천만원(근무기간 9년)을, 박 대표는 27억원(근무기간 7.8년)을 받았는데, 1년당 퇴직급여는 정 회장이 12억원으로 박 대표(3억4600만원)의 3.5배에 달했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2014년 김승연 회장과 홍기준 대표가 함께 퇴임하면서 김 회장은 퇴직급여 30억7100만원(근무기간 3.4년)을, 홍 대표는 11억4천만원(근무기간 7.3년)을 받았는데, 1년당 퇴직급여는 김 회장이 9억원으로 홍 대표(1억5600만원)의 5.8배에 달했다.
보고서는 퇴직급여가 ‘월평균 급여*지급률(배수)*근무연수’로 결정되는데, 총수일가 출신 임원은 높은 월급과 지급률, 긴 근무기간, 여러 계열사로부터 복수 수령 등의 요인 때문에 전문경영인보다 퇴직급여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승희 사무국장은 “퇴직급여가 근속기간 중 기여도, 퇴직 이후 생계보조 및 노후대책 성격이 강한 것을 감안할 때 회사경영을 책임지는 총수일가에게 과도한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게 정당하지 의문”이라며 “총수일가의 과도한 퇴직급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정 수준의 기본 보수 책정, 지급률의 합리적 조정, 여러 계열사 겸직으로 인한 중복수령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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