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설문조사 결과
노동시간·업무스트레스 등이
고용안정·임금보다 훨씬 높아
노동시간·업무스트레스 등이
고용안정·임금보다 훨씬 높아
‘좋은 일자리’의 기준으로 돈보다 노동시간 등 ‘근로 조건’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희망제작소가 지난 석달 동안 ‘좋은 일’을 주제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1만5399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7320명)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노동시간, 스트레스 강도 등을 뜻하는 근로 조건을 꼽았다. 고용 안정(16%)이나 임금(12%)보다 압도적이다. 임금이 하락해도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직장을 옮기겠다는 응답도 40%나 됐다.
응답자들은 근로 조건에서도 노동시간에 주목했다. 35%(5342명)가 야근이나 휴일근무의 부담과 직결되는 노동시간을 좋은 근로 조건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또 △탄력근무제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제도를 두는지 여부(33%)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인지 여부(17%) △강제 회식 등 개인생활을 침해하는 환경인지 여부(14%)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직장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근로 조건이 꼽혔다. 지금 일자리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의 25%(3959명)였는데, 이들은 근로 조건(25%)과 직무·직업 특성(21%)을 이유로 꼽았다. 불만족한 이들은 근로 조건(30%)과 임금(29%)의 순서로 이유를 꼽았다. 이런 경향은 20~30대에서 더 두드러졌다. 20대는 전체 응답자의 51%(3119명)가 근로 조건을 가장 중시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좋은 일의 중요한 기준으로는 고용 안정(16%), 직무·직업 특성(13%), 임금(12%), 개인의 발전(7%), 관계(4%) 등이 차례로 꼽혔다. 고용 안정은 정년 보장(55%), 내부 경쟁을 통한 퇴사 압박 유무(24%)를 중시했다. 자신이 중시하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 임금이 하락하더라도 직장을 옮기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39.9%에 달했고, 367명은 임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도 감수할 것이라 밝혔다.
좋은 일자리의 확산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로 응답자들은 좋은 일의 기준 정립과 확산(19%)을 꼽았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데 반해 시민들은 일과 삶의 균형, 기업 내 인권, 일 자체의 재미와 존중 등을 열망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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