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송광수 전 검찰총장,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 조동근 명지대 교수,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그룹 사외이사 후보들의 독립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에스케이(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조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그룹은 다음달 11일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열 예정인데, ‘주주 가치 제고’를 표방하며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뽑고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해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자·중공업·생명·화재·증권과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크레듀 등 9개 계열사들의 사외이사 후보 18명의 경력을 살펴본 결과 △삼성 관련 사건에서 삼성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물 △정치권·정부·사법부를 대상으로 로비스트로 일할 가능성이 높은 전직 고위 관료 △현재 재직 중인 대형 로펌이 삼성 관련 사건을 대리·자문해 이해관계 상충(사외이사 역할과 사적 이익의 충돌)이 우려되는 인물이 16명(89%)이나 돼, 주주 가치 제고 방침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후보인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법무법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있는데, 김앤장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삼성을 대리해 이해관계 상충의 위험이 지적된다. 삼성전자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제일기획의 김민호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은 삼성 계열인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이어서 역시 이해관계 상충이 우려된다.
3월 주총 예정인 삼성 계열사 사외이사 후보 현황
삼성화재의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2007년 삼성 특검과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논란 때 삼성의 주장을 앞장서 대변했다. 손병조 전 관세청 차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있는데, 태평양은 2014년 삼성에스디아이(SDI)-제일모직 합병, 제일모직 상장, 2015년 삼성-한화 빅딜을 자문했다. 삼성생명의 김두철 상명대 부총장도 2006년 삼성생명 상장 논의 때 삼성 주장을 대변했다. 삼성화재의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과, 삼성생명의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은 검찰과 경제 관료 출신이다.
삼성증권의 문경태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은 법무법인 세종에서 일하는데, 세종은 이건희-이맹희 형제의 4조원대 유산 소송에서 삼성 쪽 대리를 맡았다. 또 삼성증권의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관료 출신이다. 호텔신라의 문재우 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으로 있는데, 율촌은 2014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소송을 대리했다. 삼성중공업의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호텔신라의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 오영호 전 산업자원부 차관, 에스원의 김영걸 전 서울시 부시장도 관료 출신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 논란 뒤 주주 친화 경영을 표방하고 자사주 매입, ‘주주 권익 위원회’ 신설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는데, 사외이사 후보들의 면면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제대로 주주 친화 경영을 하려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를 충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에스케이는 3월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복귀할 예정인 것과 관련해 경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도입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2003년과 2012년 두차례 배임·횡령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지난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지 6개월밖에 안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하려면 재발 방지와 투명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며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불법행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5년간 등기임원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요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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