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재단, 물산 주식 매입
삼성SDI 보유분 3000억원어치
미래전략실 “투자 수익 목적”
개혁연대 “법 위반 아니지만
지배구조 유지에 쓴 건 부당”
삼성SDI 보유분 3000억원어치
미래전략실 “투자 수익 목적”
개혁연대 “법 위반 아니지만
지배구조 유지에 쓴 건 부당”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해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자금 3000억원을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재단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25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에스디아이(SDI)로부터 삼성물산 주식 3000억원어치(지분율 약 1%)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번 주식 취득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해 개정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삼성에스디아이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2.6%(500만주·약 7600억원어치)를 3월1일까지 의무적으로 매각하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한겨레> 12월30일치 18면)
삼성은 삼성에스디아이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7600억원어치 중 3000억원어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사들이고, 2000억원어치(130만5000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들이도록 했다. 나머지 2600억원어치는 이날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종전의 16.4%(3135만9500주)에서 17.1%(3267만4500주)로 늘어나면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더 강화됐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은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한 것이다. 또 이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의 이은정 실행위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은 공익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관련법의 규정 안에서 이뤄졌다 하더라도, 공익 목적으로 세워진 공익재단의 자금을 그룹 소유·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동원했다는 점에서 설립 취지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은 재벌이 공익재단을 지배력 유지·강화를 위해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다.
미래전략실은 또 이재용 부회장이 이날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자사주 300만주(302억원)를 사들이고, 향후 별도의 방법으로 7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을 지원하기 위해 증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권주를 일반공모에 참여해 사들이기로 하고 삼성에스디에스(SDS) 주식 매각을 통해 3000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아 일반공모에는 참여하지 않고, 자사주 인수나 다른 방법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00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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