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현재 61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현행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차단) 규제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삼성을 중심으로 하는 10개 ‘금산 결합 그룹’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통합 금융 감독체계’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교수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에서 ‘비은행권 금산분리 규율 체계 재설계’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현행 금산분리 체계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재벌들이 금융업에 대거 진출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인데,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5대 그룹 중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금융업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위상이 위축되는 등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0대 민간그룹의 금융계열사 수는 1997년 105개로 그룹당 3.5개에 달했으나, 2010년에는 52개로 그룹당 1.7개로 줄었다. 또 현재 금융 계열사의 자본 총계가 1조원 이상이고, 자산 총계가 10조원 이상인 금산결합그룹(금융복합그룹)은 삼성·한화·미래·교보·현대차·한국투자·동부·현대·롯데·태광 등 10개뿐이고, 이들 10개 그룹의 금융 계열사 자본 총계 중에서 삼성이 44%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사실상 금산분리 규제가 필요한 유일한 재벌은 삼성 하나뿐인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상 61개 재벌 전체를 대상으로 사전적 금지 원칙의 금산분리 규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이로 인해 정작 감독을 강화해야할 삼성은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전체 금융산업의 발전도 막고 있다”면서 “시장 친화적인 그룹 단위의 통합감독체계를 구축해 기존 금산분리 규제를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금산분리 규제는 금산법 24조(금융사가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보유 금지), 공정거래법 11조(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등으로 이뤄져 있다.
김 교수는 통합감독체계와 관련해 “금융 계열사의 수와 규모가 커서 리스크가 우려되는 삼성 등 10개 금산결합그룹에 대해서는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를 합친 그룹 단위의 통합감독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사의 비중이 낮은 나머지 그룹들은 각 금융 업권별로 건전성 및 자산 규제를 적용하는 규율의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룹 단위의 통합감독을 받게 될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출자와 같은)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출자분과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출자와 같은) 비금융계열사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출자분은 모두 금융 계열사의 자기자본에서 완전 또는 부분 차감되어, 자본 적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는 “삼성은 삼성물산→생명→전자로 이어지는 핵심 출자고리가 안고 있는 법률적 위험(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제한) 등을 해결하려면 금융 부문을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