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상승 바늘구멍
2011~2014년 소득분위 분석
제자리걸음 55.1%·하락 21.8%
4분위·자영업자 하락 더 많아
2011~2014년 소득분위 분석
제자리걸음 55.1%·하락 21.8%
4분위·자영업자 하락 더 많아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으로는 점점 더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또는 고소득층으로 올라서기 힘들어지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드러났다. 소득과 자산이 늘어 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가구는 최근 3년 새 10가구 중 2가구꼴에 그쳤다.
통계청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조사한 ‘가계 금융·복지 조사’를 토대로 소득분위(1~5분위) 이동을 분석해 2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3년 새 계층이 상승한 가구는 23%에 그쳤다. 제자리걸음을 한 가구는 55.1%, 하락한 가구는 21.8%였다. 특히 소득 4분위(2014년 기준 연 4800만~7230만원)의 경우, 계층이 하락한 가구 비중이 33.8%로 상승한 가구(22.4%)보다 11.4%포인트나 높았다. 60살 이상이나 자영업자 가구도 계층 상승보다 하락한 가구가 각각 6.1%포인트, 4.7%포인트 더 많았다. 불안정 일자리의 증가, 노인빈곤 심화, 만연한 영세 자영업자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계층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등 자산 축적을 통한 계층 상승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2012년과 2015년의 순자산(자산-부채)분위 이동을 보니 18.7%만 상승했다. 63.1%는 제자리걸음을 했고, 18.1%는 오히려 내려갔다. 자산도 소득과 마찬가지로 4분위(2015년 기준 2억2900만~4억2920만원), 60살 이상, 자영업자 가구에서 계층 상승보다 하락이 많았다.
이런 조사 결과는 지난해 11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인식 조사와 거의 일치한다. 당시 조사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국민은 21.8%였다.
표본이나 조사방식은 다르지만 ‘계층 상승 사다리’가 끊겼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저소득층이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선 비율은 2007년 32.36%에서 2014년엔 22.6%로 낮아졌다.
계층 상승이 어려워지면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한국 사회가 과거 역동적이고 신속하게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 계층 상승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학력·직업·계층 세습이 고착화되면서 계층 이동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 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 창출로 노동시장에서 공정한 분배를 이루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복지)도 대폭 강화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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