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국내 주요 재벌 가운데 처음으로 ‘4세 경영 체제’를 맞는다. 박용만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대신 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박두병 초대 회장의 맏손자인 박정원(54)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승계한다.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박정원 회장은 4세에 해당한다.
두산은 2일 ㈜두산 이사회에서 박용만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회장을 지목했다고 밝혔다. 두산에서는 지주회사인 ㈜두산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을 맡아왔다. 박정원 회장은 2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 선임 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박정원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넷BU)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두산 관리본부 전무 등을 거쳐 두산건설 부회장, 두산모터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박용만 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한 직후인 2012년부터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아왔으며, 현재 두산건설 회장과 두산베어스 구단주도 겸임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선 물러났으나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은 유지함과 동시에 두산인프라코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며, 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2월 설립한 두산리더십인스티튜트의 회장을 맡을 계획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도 계속 수행한다.
재계 순위 10위(2015년 기준)인 두산그룹은 박두병 초대 회장의 뜻에 따라 3대부터 형제들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는 ‘형제 경영’을 해왔다.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은 1981~1991년과 1993~1996년, 차남인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이 1997~2004년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그러다 2005년 3남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추대되자, 고 박용오 회장은 오너 일가의 비리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이른바 ‘형제의 난’이 일어났고 나머지 형제들이 박용오 회장을 가문에서 쫓아냈다. 5남인 박용만 회장은 4남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에 이어 2012년 4월부터 그룹 회장직을 맡아왔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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