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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들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년보다 배당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실적 부진으로 적자를 내거나 감원을 하면서도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늘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배당 결정을 두고 ‘투자가 우선’이라는 시각과 ‘글로벌 기업 수준의 배당 확대’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또 배당 대신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노동자 또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15 사업연도 실적에 대한 현금배당을 공시한 상장법인(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합계) 746개사의 현금배당 총액은 17조9059억원으로 1년 전(13조9745억원)보다 28.1% 증가했다. 4대 그룹의 간판기업도 배당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12조2385억원으로 전년(14조5918억원)보다 2조원가량 줄었지만 기말배당을 1주당 2만원(우선주 2만50원)으로 전년보다 500원 늘렸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금 비율인 배당성향은 25.1%로 전년(20.6%)보다 4.5%포인트 올랐다. 현대차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늘어난 순이익보다 배당을 더 높여 배당성향이 각각 19.9%와 8.8%로 전년보다 3.3%포인트와 3.0%포인트 상승했다. 엘지전자는 전년보다 적자가 더 많아졌는데도 배당 규모(1주당 400원)는 유지했다. 이밖에 3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삼성물산은 1주당 500원의 배당을 결정했고, 적자로 전환된 두산도 전년보다 1주당 1050원 많은 4550원(우선주 46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배당은 ‘주주 친화 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분기배당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주주친화” 746개사 배당 28% 증가
적자·구조조정 대기업도 배당 유지 ① “배당보다 투자” 경쟁력 살려야
② 외국 수준 주주이익 더 키워야
③ 직원·협력업체 처우 개선해야
한편에선 이런 배당 확대에 비판이 나온다. 기업이 본질적 경쟁력을 키우려면 배당보다 투자를 더 늘려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산업공학)는 “실패를 감수하고서라도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지금처럼 배당을 늘리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다른 나라보다 한참 낮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투자 기회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돈을 쌓아두느니 가계 소비 촉진을 위해서라도 배당을 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미래 성장성이 있다면 투자를 하는 게 맞겠지만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잘못된 투자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배당성향(2015년 5월말 기준)은 평균 16.75%로, 1위인 체코(72.87%)보다 50%포인트 이상 낮은 최하위권이다.
두가지 관점과 달리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주주뿐만 아니라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도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만큼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득 상위 1%가 배당의 95.3%(2012년 기준)를 가져가고,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이 대기업의 62%(2015년 기준)로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기업 주주보다 노동자들한테 기업의 이익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 총소득에서 가계 소득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기보다 그 재원을 직원 임금이나 협력업체 납품가 인상 등에 쓰는 것이 옳다. 이는 개별 기업의 선의에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고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4대그룹 주요 기업의 당기순이익 및 총 배당금
적자·구조조정 대기업도 배당 유지 ① “배당보다 투자” 경쟁력 살려야
② 외국 수준 주주이익 더 키워야
③ 직원·협력업체 처우 개선해야
주요 기업의 배당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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