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0.1%p 추가인하 전망 우세
미, 추가인상 머뭇…일, 숨고르기
한은 기준금리 동결 예상 많아
미, 추가인상 머뭇…일, 숨고르기
한은 기준금리 동결 예상 많아
세계 금융시장의 눈이 각국 중앙은행으로 집중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기는 했지만, 경제성장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난달 휴지기를 보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0여일간 제시될 통화정책의 향방이 가지는 중요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캐나다(이하 현지시각)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9일 ‘통화정책 레이스’의 출발선에 선다. 이튿날은 한국은행과 유럽중앙은행,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15일에는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으로 파란을 일으킨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그다음 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례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 통화정책의 ‘대분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금리정책이 물가와 통화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못하거나 역효과까지 발생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는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를 억제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각국 사정은 여기에 무게를 둘 분위기가 아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에 이어 하루짜리 은행 예치금 금리를 -0.4%로 다시 0.1%포인트 인하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채 매입 규모도 월 600억유로에서 700억유로(약 92조5천억원)로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로 낮았고,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연율 -0.2%)에 빠진 게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유럽중앙은행의 움직임은 역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쓰는 유로존 주변국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주가 폭락과 엔화 가치 상승이라는 엉뚱한 효과로 이어진 일본은 숨고르기를 할 분위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4일 참의원에서 현재로서는 추가 금리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7일에는 “금리 하락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머뭇거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는 견조하지만 임금 상승률이 정체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7일 스탠리 피셔 연준 이사회 부의장의 연설 등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각자도생 행보 사이에 낀 중앙은행들의 처지는 더 복잡하다. 국내 경기 때문에 돈을 더 풀라는 요구가 있는 반면 부채 증가나 외국 자본 유출 위험도 있어 득실 계산이 쉽지 않다. 금리 낮추기가 대세인 듯하지만, 미국과 붙어 있는 멕시코는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에 직면하자 지난달 기준금리를 3.75%로 0.5%포인트 올렸다.
한은은 이런 분위기에서 3월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외국인 주식·채권 자금 이탈 등으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최근 떨어져 7일에는 1201.4원에 장을 마쳤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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