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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직원 ‘주총 연습’ 시킨 호텔신라

등록 2016-03-11 19:32수정 2016-03-11 21:05

“안건 찬성, 반대엔 야유하라” 교육
주식없는 직원은 위임장까지 받아
주총, 각본대로 20분만에 속전속결
호텔신라 “리허설 진행했을 뿐”
11일 오전 7시30분께 호텔신라 주주총회가 열릴 서울 장충동 ‘삼성전자 장충사옥’ 지하1층 강당에는 백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총이 열리기까지 1시간 이상 남았지만, 시계를 보더니 서둘러 뛰어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전날 호텔신라의 티아르(면세유통사업)총무그룹이 보낸 ‘주주총회 참석 안내’ 문자를 받은 이들이었다.

이들은 전날 오전에도 장충사옥 강당에 모였다. ‘주총 연습’을 위해서다. 백여명의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회사 쪽은 “주총에 상정된 의안에 대해 의장의 설명이 끝나면, ‘동의합니다’라고 말하라”고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주주 가운데 누군가 의안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수정의견을 내면, 반대하거나 야유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연습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누가 직원이냐고 물어봐도 티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 연습에선 직원들에게 ‘의결권 위임장’도 배포됐다. 주총장에는 주주만 들어갈 수 있는데 자기 회사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가 이들에게 나눠준 위임장의 위임인은 호텔신라 임원이었다.

이날 주총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주요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 사장이 의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했다.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법인 편입에 따른 정관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등 5가지였다. 주총은 ‘연습한 대로’ 천편일률적인 풍경이 이어지며 진행됐다. 안건에 대해 의장이 설명하면, 주주들이 발언권을 얻어 하나같이 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칭찬하고 집행부 원안대로 승인할 것을 동의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주주들은 이에 “재청합니다”라고 외치거나 박수로 호응했다. 취재 결과, 발언권을 얻은 대부분의 주주는 호텔신라 직원으로 확인됐다. 주총은 개회 20분 만에 이견없이 막을 내렸다.

이번 주총 안건은 예민한 사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호텔신라는 주총에 위임장까지 써주며 직원들을 동원했다. 전문가들은 주식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경영진의 왜곡된 인식, 주총을 별 탈 없이 마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실무자들의 태도가 빚어낸 촌극이라고 지적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총수 등 의사결정자들은 주총을 1년에 한 번씩 어쩔 수 없이 거치는 불편한 요식행위로 생각한다. 이런 왜곡된 인식이 후진적인 주총 행태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 쪽은 “주총 연습은 모른다. 원활한 행사를 위해서 리허설을 진행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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