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면세점 사장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사장단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 권희석 에스엠면세점 회장, 양창훈 에이치디시(HDC)신라면세점 사장,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 연합뉴스
두산 등 5개사 사장 긴급회의
“지금은 자리 잡는 것 봐줄 때”
경쟁력 약화 우려한 ‘확대론’에
“탈락한 롯데 살리려는 것” 반발
‘독과점 시정’ 취지 실종 우려
“지금은 자리 잡는 것 봐줄 때”
경쟁력 약화 우려한 ‘확대론’에
“탈락한 롯데 살리려는 것” 반발
‘독과점 시정’ 취지 실종 우려
정부가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또 늘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지난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따낸 업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특허 확대론은 지난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에스케이(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의 영업종료가 결정된 뒤 고용과 재고처리 문제를 둘러싼 후폭풍 논란이 커지고,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치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흘러나왔다.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와 득실 계산을 제대로 못 하고 좌충우돌하던 정부의 면세점 정책 행보는 신규 업체 반발로 더더욱 꼬일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낸 에이치디시(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에스엠(SM)면세점, 신세계디에프(DF), ㈜두산 등 5개 회사 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추가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양창훈 에이치디시신라면세점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특허를 얻은) 신규 면세점이 오픈하는 것을 보고 1년을 지켜본 뒤 장사가 잘되고 시장이 커지면 신규 업체가 입점할 수 있다”며 “현재 중국인 관광객은 줄어드는데 면세점은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희석 에스엠면세점 회장은 “신규 면세점이 자리를 잡는 걸 봐줘야 하는데 계속 신규 면세점을 늘리면 물건을 못 채우는 면세점들이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찾지 못해 병행수입을 하거나 중국처럼 ‘짝퉁’이 섞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 2월 사이에 문을 연 에이치디시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에스엠면세점은 하루 매출이 1억원 안팎에 그치는 실정이다. 유커에게 인기가 높은 주요 명품 브랜드들도 아직 입점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는 5월 문을 열 예정인 신세계면세점과 두산면세점도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청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한 지역에 여러 매장을 두는 것을 꺼린다. 신규 면세점들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16일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앞두고 정부가 시내면세점 추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신규 사업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추가 확대론이 지난해 11월 특허 갱신에 실패해 오는 6월 영업종료를 앞두고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 롯데 외에 면세점 추가 확대를 고대할 만한 기업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 면세점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에 부담을 느껴 특허 갱신에 실패한 면세점을 되살리려 한다는 해석도 있지만, 신규 면세점들은 기존 직원들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탈락한 업체들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었다고 하는데 면세점 업체수와 면적이 모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천우 ㈜두산 부사장은 “현재 전문인력을 제대로 구하지 못한 상태”라며 “전문인력은 탈락한 면세점에서 와야 하는데 아직 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면세점의 한 임원은 “정부가 매출 3위인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으면 신규 면세점들이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등 외국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고 보고 다시 면세점 추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특허기간을 단축하고 기존 특허의 자동갱신을 폐지하는 등 수십년 만에 처음 면세점 제도를 손본 취지가 롯데와 신라 두 기업에 의한 면세시장 독과점을 시정하자는 것이었는데, 불과 몇 달 만에 정부가 정책 취지를 뒤집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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