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씨씨(KCC)그룹이 삼성물산 주택사업 인수설을 공식 부인하며, 인수가 어려운 세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케이씨씨는 17일 ‘케이씨씨의 삼성물산 국내건설 및 주택사업 인수설’과 관련해 “우리가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고, 삼성으로부터도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삼성물산이 실적 부진으로 고전 중인 주택사업 등을 케이씨씨에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은 올해 초부터 돌다가 두 회사의 부인으로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일부 언론이 이를 또다시 보도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케이씨씨는 삼성물산 주택사업(래미안)을 인수할 수 없는 세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는 인수주체인 케이씨씨건설이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853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케이씨씨는 “1천억 가까운 적자를 낸 케이씨씨건설이 인구절벽으로 향후 주택사업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서 ‘래미안’을 인수하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씨씨건설은 지난해 적자를 낸 영향으로 안정 중시 경영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는 삼성물산 래미안의 브랜드 가치가 국내 1위로 평가받지만, 케이씨씨가 인수할 경우 그 가치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케이씨씨는 “우리도 자체 주택사업 브랜드로 스위첸이 있는데, 케이씨씨가 래미안을 인수하면, 래미안이 스위첸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셋째는 삼성건설 주택사업의 직원 보수가 케이씨씨보다 많이 높다는 점이다. 케이씨씨건설 직원들의 연간 평균급여는 2014년 기준 6360만원인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9200만원(남자 기준)이다. 케이씨씨는 “케이씨씨건설 뿐만 아니라 케이씨씨그룹 전체의 직원 보수를 삼성 수준에 맞춰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케이씨씨그룹 고위 임원은 “여러 조건을 감안할 때 케이씨씨가 삼성물산 주택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면서 “아무 근거가 없는데도 자꾸 인수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누가 뒤에서 쓸데없이 장난을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씨씨는 이날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청에 대한 답변에서 ‘삼성물산 국내건설·주택사업 인수 및 합작법인 설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삼성물산도 똑같이 인수설을 부인하는 조회공시 답변을 내놓았다.
케이씨씨건설의 이날 주가는 삼성물산 주택사업 인수설의 영향으로 오전 한때 전날보다 28.14%(2240원) 급등했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와 케이씨씨의 부인 공시 이후 상승폭이 크게 줄어 종가는 전날보다 3.9% 오르는데 그쳤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