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구글 제공
LG전자 ‘G5’와 ‘G워치 어베인 세컨드 에디션’ 현금과 함께 후원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과 미래에셋금융그룹도 미소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과 미래에셋금융그룹도 미소
전세계 이목을 받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으로 조용히 웃고 있는 기업이 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면서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었고, 구글도 ‘4대1’의 성적을 거둔 인공지능의 성능을 뽐내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뒤에서 세기의 대국으로 누린 홍보 효과로 조용히 웃음 짓는 기업들이 있다.
우선 가장 주목받는 곳은 엘지(LG)전자다. 엘지전자는 이세돌 9단에게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 ‘G5’와 스마트워치 ‘G워치 어베인 세컨드 에디션’을 수천만원의 현금과 함께 후원했다. 엘지전자가 1996년부터 세계 바둑선수권대회인 ‘엘지배 세계기왕전’을 후원해 온 것이 이세돌 9단 후원으로까지 연결됐다. 이세돌 9단이 입은 셔츠의 오른쪽 소매에 ‘G5’ 로고가 새겨지고, 손목에는 스마트워치가 채워졌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엘지전자 특유의 ‘겸손한 마케팅’이라고 평가했다. 셔츠 색깔과 같은 로고와 손목에 채워져 노출은 되지만 스마트워치인지, 그리고 엘지전자 제품인지 손쉽게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엘지전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개최자인 구글로부터도 자제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엘지전자는 세계적인 대회에 로고를 살짝 노출하는 정도에 만족했다. 더욱이 엘지전자가 이세돌 9단에게 건넨 후원금도 대회의 관심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천만원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세돌 9단으로부터 먼저 후원 요청이 왔다는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 엘지전자의 한 임원은 “이세돌 9단 쪽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온 것은 맞지만 큰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닌데다 오해를 살 수도 있어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켠에서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과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미소를 짓고 있다. 포시즌스호텔은 지난해 10월 문을 열어 주변 웨스틴조선, 프라자호텔, 롯데호텔 등 특급 호텔과 함께 경쟁하기 시작한 신인인데 이번 대국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호텔 6층의 대국장에 몰려든 수백명의 내외신 취재진은 물론 대국이 생중계되면서 톡톡히 홍보효과를 누렸다. 포시즌스호텔의 윤소윤 매니저는 “일부에서 이번 대국을 후원했다는 오해가 있지만 오히려 사용료를 받고 장소를 빌려줬다. 이번 대국으로 정확한 홍보 효과를 계산할 수 없지만 오픈한지 얼마 안된 호텔의 이름과 위치를 택시 기사분들까지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진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국 장소를 마케팅 차원에서 이용할 수도 있지만 대국을 유치할 수 있었던 고마움을 간직하고 상업적인 이용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포시즌스호텔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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