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부가액 기준” 기업 “시세대로”
작업일지 등 무리한 요구 반발 불러
작업일지 등 무리한 요구 반발 불러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입주기업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 방식을 놓고 정부와 입주기업들이 큰 견해 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앞으로 피해 보상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통일부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지난 18일 서울·충청권 ‘개성공단 기업 실태조사 설명회’를 연 데 이어, 22일까지 주요 권역별로 4차례 설명회를 더 연다.
서울·충청권 설명회에서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기업피해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 신고서 작성 요령과 증빙서류 제출 등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에 남겨진 기계장치 등 자산의 취득가액과 장부가액을 기재하고 증빙서류를 첨부하라고 설명했다.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유동자산 피해의 경우 개성 반출 때 작성한 수출신고필증 또는 물자반입신고서와 작업일지, 원재료 구입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로 피해 규모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상당수는 이런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기계는 감가상각이 반영돼 장부가액이 낮게 돼 있는 기업이 많은데, 보상을 장부가 기준으로 하면 기업들이 큰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기업인도 “2010년 5·24 대북제재조치로 개성공단에 추가 투자가 금지되자 추가 투자를 해야 하는 입주기업의 경우 새 기계를 설치하면서 기계 가격을 장부에 낮춰서 기재했다. 가동 중단 전까지 사용하던 기계들이니 중고 기계 시세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원청업체에서 기계를 무상임대받아 사용해온 한 임가공업체 대표는 “정부로부터 장부가액 기준으로 보상을 받더라도 원청업체에는 실거래가로 기계값을 물어줘야 해, 차액에 대한 부담이 발생한다”며 반발했다.
개성에 두고 온 완제품, 반제품, 원부자재 등의 규모에 대해서도 이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원부자재가 얼마나 사용돼 반제품, 완제품, 원부자재가 어느 정도 개성에 남아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작업일지가 개성공단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설명회에서 자재 투입 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일지 등 증빙을 제출하라고 하자, 입주기업들은 “갑작스레 가동 중단과 철수가 이뤄졌는데 작업일지를 챙겨온 기업이 몇이나 되겠느냐? 개성에 가서 자료를 가져와야만 보상을 해주겠다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밖에도 상당수 기업이 “회사를 살려내는 문제만으로도 힘이 부치는데 4월10일까지 이 많은 서류를 준비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통일부는 “필요하다면 신고서 접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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