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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SKT-카카오-네이버가 맞붙는다…‘생활가치’가 뭐길래?

등록 2016-03-20 20:05수정 2016-03-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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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텔레콤(SKT)은 올해 초 조직을 개편하면서 핵심 부서인 ‘마케팅 부문’의 이름을 ‘생활가치 부문’이라고 바꿨다. 또한 ‘티-밸리’란 팀을 신설해 “생활가치 아이디어를 적극 발굴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 업체는 이어 지난 2일에는 자회사인 에스케이플래닛(SKP)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부를 분리해 ‘에스케이테크엑스’라는 이름의 또다른 자회사로 만들면서 “생활가치 플랫폼의 핵심 구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느닷없이 ‘생활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꼴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생활가치를 “고객이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치”라고 정의했다. 생활가치 플랫폼은 “생활가치 서비스를 개방형 생태계 기반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반려동물 전용 포털 서비스, 중고 패션 아이템 거래 서비스, 자녀 또래 친구를 묶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서비스, 미용실 이용 서비스 등을 들었다. 빠른 길을 찾아 안내해주는 ‘티맵’ 내비게이션, 인터넷은행, 간편결제 등도 생활가치 서비스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포털·메신저 1위 기업
품질·가격경쟁 한계서 출구 찾기
‘일상 편리’ 연동한 서비스서 해답

“생활가치 서비스 플랫폼 선점하라”
내비·모바일 상품권·간편결제서 출발
택시호출·미용실 예약 등 무한 확장

성숙한 시장서 경쟁 촉진 선순환
생활변화 이어 새 산업 생태계 창출

앞서 카카오도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하면서 ‘생활가치’를 내세웠다. ‘모바일 라이프’라는 영어 표현을 썼을 뿐 실체는 같다. 이후 카카오는 관련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불러 타게 하는 ‘카카오택시’, 스마트폰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빠른 길을 찾아 안내해주는 ‘카카오내비’, 간편결제 ‘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스마트폰으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를 수 있게 하는 ‘카카오드라이버’, 스마트폰으로 미용실을 예약하고 결제까지 하는 ‘카카오헤어샵’도 상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카카오는 “분기마다 한두 가지씩 새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에스케이텔레콤과 카카오가 맞붙는 시장 면적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두 기업이 각각 이동통신과 메신저(카카오톡) 사업에 집중할 때는 서로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똑같이 생활가치 서비스에 힘을 기울이면서 곳곳에서 맞붙는 일이 벌어진다. 이미 모바일 상품권, 내비, 모바일 택시, 간편결제 등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대기업인 에스케이텔레콤이 번번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상품권과 모바일 택시 등에서는 참패를 당했다. 에스케이텔레콤 자회사 에스케이플래닛이 불공정 행위를 한 혐의로 카카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두 차례나 신고할 정도로 신경전도 치열했다.

생활가치 서비스는 네이버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모바일 지도 앱에 내비 기능을 추가했다. 도시 소비자가 농산물을 산지에 직접 주문해 받아 먹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이 업체는 지난 10~11일 강원도 춘천 연수원(네이버 커넥트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생활가치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네이버 핵 데이(Hack Day) 2016’을 열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자 가치에 초점을 둔 행사”라며 “이용자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평가받은 프로젝트들을 선정해 사업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생활가치’가 정보통신기술(ICT) 1등 기업들의 화두가 된 상황에 대해 사업자들은 한결같이 ‘고객 서비스’를 내세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고객 이탈을 막으면서 새로운 수입원을 찾는 전략으로 생활가치를 내세운다. 생활가치 서비스가 피자 위에 녹아든 끈적한 치즈 구실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피자를 만들 때 도(반죽) 위에 고기나 채소 토핑을 올린 뒤 그냥 구우면 먹을 때 다 떨어져나간다. 하지만 고기나 채소 위로 치즈 가루를 뿌려 구우면, 치즈가 고기와 채소 토핑을 붙잡으면서 피자 맛의 풍미도 키워준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매출과 영업이익 점유율은 이보다도 높다. 하지만 남다른 고민이 있다. 우선 가입자 점유율을 더는 늘리기 어렵다. 능력은 되지만 할 수 없다. 정부가 유효 경쟁체제 악화를 이유로 시퍼런 규제의 칼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씨제이(CJ)헬로비전을 인수해 자회사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와 합병하겠다고 하자 난리가 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카카오는 더 절박하다.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으로 대박을 치고 ‘국민 메신저’란 칭송을 듣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카카오 경영진 쪽에서 보면, 이용자들을 믿을 수 없다. 언제 ‘배신’하고 떠날지 모른다. 2014년 10월 이른바 ‘카톡 감청’ 논란이 일었을 때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으로 ‘메신저 망명’ 사태가 벌어졌던 게 대표적이다. 최근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또다시 메신저 망명 사태 조짐이 나타났다.

이런 고민은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막강한 검색과 이메일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지만, 언제 한 방에 훅 갈지 모른다. 이미 공안 정국이 조성될 때마다 구글 ‘지메일’로 ‘이메일 망명’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에 네이버는 정보·수사기관 요청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을 재개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앞서 네이버는 이용자 동의 없이 경찰 요청에 응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끝에 최종 승소하긴 했다. 하지만 자료 제공을 재개하자니 이용자 눈치가 보이고, 재개 거부를 선언하자니 정보·수사기관의 ‘심기’를 건드릴까 우려가 크다. 그래서 영장을 제시할 때만 요청에 응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도 공식 발표도 못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같은 사안에 대해 “통신자료 제공을 재개할지 고민중”이란 말만 되풀이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결국 이용자의 변심과 사이버 망명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이들 기업의 처지에선 ‘생활의 편리’라는 끈끈한 치즈를 듬뿍 뿌려두는 게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생활가치 서비스는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도 새로운 경쟁수단으로 작용해 이용자 편의를 개선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 창출 효과까지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통화 품질과 요금 수준이 비슷해진 상황인데다 사업자 간 칸막이도 거의 사라진 지금 상황에서는 신규 고객을 유인하고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을 방법은 생활가치 서비스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다른 관계자는 “경쟁업체 가입자들이 우리의 생활가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옮겨오고, 기존 가입자들은 이탈하면 익숙해진 서비스를 쓸 수 없어 불편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자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생활가치 서비스로 ‘카카오톡’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위해 ‘문어발’ 소리를 들을 정도로 생활가치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 선물하기 등 일부는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 택시 이용자들이 “카카오택시가 없을 땐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할 정도이다. 카카오 선물하기로 커피 한잔과 케이크 한 조각 등 가벼운 호의를 주고받는 모습도 일상화했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카카오드라이버와 카카오헤어샵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이용자들이 가장 우려하던 무보험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업계 거물 간에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생활가치 서비스의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기존 서비스의 이용 편리성이 좋아지는 순기능도 나타난다. 내비는 카카오가 김기사를 인수해 카카오내비를 내놓고, 네이버까지 가세해 에스케이텔레콤의 티맵과 함께 ‘3파전’이 벌어지면서 품질이 빠르게 좋아졌다. 안내 화면의 그래픽과 부가 정보 제공 기능이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는 상황이다. 모바일 상품권 역시 카카오가 뛰어들면서 유효기간 내 사용되지 않은 상품권을 사업자가 삼켜버리던 ‘낙전’ 문제가 해결됐다. 대리운전 서비스는 카카오와 기존 업체 간에 운전기사 처우 개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생활가치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인수합병 활성화로 신생 벤처기업들의 활로가 넓어지는 것도 주목된다. 카카오는 김기사와 멜론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잇따라 진행해 관련 산업에 활력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있다”고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생활가치 서비스 발굴을 위해 외부 업체와 제휴하거나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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