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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면초가’ SK…CJ헬로비전 인수 정말 어렵네~

등록 2016-03-24 16:17수정 2016-03-24 18:34

KT·LGU+, 신문 광고·무효 소송 등 전방위적 반대 공세
시민단체·언론단체 등도 1인 시위·기자회견 열어 제동
SBS는 8시 메인 뉴스에서 연일 ‘SK 비판 보도’ 쏟아내
SK그룹 “대부분 비판을 위한 비판”…공식 대응은 자제
“유료방송을 너무 쉽게 보고 인수 결정 내렸다” 지적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에스케이그룹 본사.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에스케이그룹 본사.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해 연말 최태원 회장의 내연녀 고백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에스케이(SK)그룹이 최근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 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인수 반대에 이어 통신업계 경쟁자들이 사생결단식으로 반대 공세 수위를 높이더니, 지상파방송까지 이에 가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유무형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유료방송 시장 진출 강화를 에스케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KT와 LGU+의 사생결단식 반대 공세

지난해 10월 에스케이텔레콤이 씨제이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 쪽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떨떠름하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동통신 강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알뜰폰 1위이자 케이블텔레비전 1위 업체를 집어삼키는 것은 위협적인 행보였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 이래 방송·통신 융합을 주요 정책 과제로 밀어붙여 온 정부가 합병 인가를 내주지 않을 명분이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당시는 재벌 간의 자발적 사업 재편이 은근히 장려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가 슬금슬금 반대 공세의 수위를 높이더니, 이달 14~15일엔 주요 신문 1면에 공동으로 합병 반대 광고를 싣기까지 했다. “과거 반경쟁적 인수·합병으로 얻은 누적 영업이익 30조원 어디에 쓰셨습니까?”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내용도 자극적이었다. 두 업체는 법원에 합병 무효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고 최근에는 ‘철저하고 신중한 심사’를 주문하며 합병 인가 작업을 진행 중인 정부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 회사의 한 직원은 “회사의 모든 역량을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 저지에 쏟고 있다. 임원회의도 씨제이 인수 건으로 시작해 씨제이 인수 건으로 끝난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죽기살기로 인수·합병 반대에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관계자도 “인수·합병 발표 초기만 해도 회사 고위층의 분위기가 ‘막을 수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였는데, 지난해 연말 최태원 회장의 내연녀 사건이 터진 뒤 ‘해볼 만하다. 막아보자’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 실천행동’이 3월10일 서울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스케이텔레콤(SKT)텔레콤의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 실천행동’이 3월10일 서울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스케이텔레콤(SKT)텔레콤의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등 14개 시민단체·노조·미디어단체 등이 결합한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 실천행동’도 1인 시위와 기자회견,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인수·합병 반대’에 지상파도 합류?

최근에는 지상파방송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에스비에스>(SBS)가 작심한 듯 저녁 8시 메인 뉴스에서 에스케이그룹과 관련한 비판적 보도를 매일 같이 이어가고 있다. 2월에 ‘에스케이텔레콤과 씨제이헬로비전 합병되면 일자리 축소’(8일) 등의 기사를 내보내더니, 이달 들어서는 ‘8년 전 약속 어긴 SKT…또 3200억원 투자?’(8일), ‘출고가는 최저…판매가는 최고 SK 주유소’(10일), ‘쌓아만 두는 SK…투자는 ‘사면’ 이벤트’(11일), ‘요금 인하 대신 배당 잔치…최태원 130억원’(14일), ‘정부 “SKT 점유율 이미 과점 상태”’(18일), ‘콘텐츠 육성한다더니…재벌 짬짜미?’(22일) 등 강도 높은 비판 보도들을 이어갔다. 이들 보도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부정적으로 다룰 뿐 아니라, 사내유보금·배당·주유소 기름값 등 에스케이그룹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들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에스케이그룹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씨제이헬로비전 인수 건으로 에스케이텔레콤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까지 함께 얻어맞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에스비에스>가 다른 계열사들까지 엄청나게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그룹 관계자도 “종합편성채널과 씨제이 계열 티비엔(tvN)의 약진에 <에스비에스>의 위기감이 큰 것 같다. 회사 차원에서 씨제이헬로비전 인수 무산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스비에스>는 18일 ‘정부 “SKT 점유율 이미 과점 상태”’보도에선 화면에 ‘방송까지 장악하려는 SKT’라는 자막을 넣는 등 에스케이에 대한 견제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에스케이 직원들과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합당한 비판이면 수긍할 것은 수긍하겠는데, 대부분이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들이다”, “몇년 새 에스케이 사내유보금이 7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도하던데 도대체 뭘 근거로 그렇게 보도하는지 모르겠다”, “사내유보금이나 배당 문제는 삼성 등 다른 재벌들도 마찬가지인데 왜 에스케이만 문제삼는지 모르겠다” 등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에스케이는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고, <한국방송>(KBS)이나 <엠비시>(MBC)까지 자극해 지상파방송 전체와 등을 돌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또 규제 산업 진출?…‘대관 리스크’ 스스로 키워

씨제이헬로비전 인수 건으로 그룹 전체가 시달리고 있지만, 문제는 딱히 대응할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최 회장의 내연녀 사건으로 그룹에 대한 이미지나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진석 씨제이(CJ)헬로비전 대표가 2월26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석 씨제이(CJ)헬로비전 대표가 2월26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5000억원짜리 인수·합병 한 건 때문에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이게 된 에스케이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데에는 에스케이가 전략적 판단을 잘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탓에 정부는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유무형의 견제를 받아야 하는 유료방송 업계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씨제이헬로비전 인수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얘기다. 1·2위 케이블텔레비전 업체인 씨제이와 태광그룹 총수들이 이명박 정권 시절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 이런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에스케이는 이미 그룹의 두 축인 에너지(이노베이션)와 통신(텔레콤)이 내수 업종인데다 강력한 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 요금 결정부터 정부의 허가(에스케이텔레콤)를 받거나 눈치를 봐야(에스케이이노베이션) 한다. 그런 탓에 에스케이그룹이 유독 정부에 약하고 총수가 검찰 수사도 자주 받는 처지다. 검찰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삼성이나 현대차는 잘못 건드리면 검찰이 글로벌 기업의 발목을 잡고 경제를 망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력이 내수인 에스케이는 그럴 걱정이 없고, 재계 서열도 3~4위여서 여러모로 수사를 할 만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런 처지인 에스케이가 유료방송까지 안겠다고 나선 것은 스스로 ‘규제 리스크’를 더 키우는 꼴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인수 결정을 번복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에스케이그룹의 한 관계자는 “에스비에스와의 관계는 해명하고 설명해서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헬로비전 인수를 되돌릴 수도 없다. 우리로서는 정부가 빨리 결정을 내려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에스케이는 창업이 아니라 공기업을 인수해 규모를 키워왔다. 그래서 대관(정부 상대 업무)에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데, 그런 쪽에 자신이 있으니 씨제이헬로비전을 인수해 유료방송 업계의 선두업체가 되겠다는 결정을 하고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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