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벗고 ‘수평적 문화’ 노력
삼성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포식
직급 단순화·호칭 변화 등 나서
LG도 ‘우리 틉시다’ 조직개선 활동
팀장 등 역할 중심 체제로 탈바꿈
삼성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포식
직급 단순화·호칭 변화 등 나서
LG도 ‘우리 틉시다’ 조직개선 활동
팀장 등 역할 중심 체제로 탈바꿈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인사 혁신에 나서고 있다.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 적응하려고 열린 의사소통과 유기적인 조직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4일 경기 수원시 디지털시티 안 디지털연구소(R4)에서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열었다. ‘스타트업 삼성’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빠른 실행과 열린 소통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꾀하자는 의미를 담은 슬로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사내게시판 ‘싱글’에 있는 ‘모자이크(MOSAIC)’ 코너를 통해 ‘글로벌 인사제도 혁신’을 주제로 임직원 의견을 들었다. 2만6000여명이 참여해 1200여건 제안과 댓글이 쏟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날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임직원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구축하려는 ‘3대 컬처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우선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모든 임원들이 권위주의 문화의 타파를 선언했다. 또 현행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 직급과 ‘사원·선임·책임·수석’ 등 4단계 직급으로 두 가지 인사 체계를 단순화해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행원 없이 홀로 업무를 보러다니거나 전용기를 매각하는 등 탈권위주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아울러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고 동시·실무·심플 보고 등 ‘스피드 보고 3대 원칙’을 수립한다. 업무 몰입을 위해서는 ‘가족사랑 휴가’나 ‘자기계발 휴가’ 등 계획형 휴가 문화를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6월 이를 뒷받침하는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엘지전자도 올해 1월 진행한 ‘우리 틉시다’라는 활동을 토대로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우리 틉시다’는 임직원이 제안하면 회사가 그 내용을 검토해 변화를 추진하는 온라인 활동이다. 지난 17일 황호건 최고인사책임자(CHO·부사장)는 사내 방송에서 임직원 제안에 직접 답변했다. 황 부사장은 내년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호칭은 유지하되 파트장·팀장·프로젝트 리더 등 역할 중심 체제로 바꿀 계획임을 밝혔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제대로 된 혁신이 나오지 않았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엘지그룹 사내엠비에이(MBA)에서 혁신이 아닌 성능 개선에 그치는 이유로 임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보고 등이 꼽힌 바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노력은 2000년 씨제이(CJ)가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는 등 일부 기업에서 먼저 있었다. 에스케이(SK)텔레콤도 기존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와 팀장 체계로 단순화했다. 씨제이의 한 임원은 “의사 소통을 보다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다”고 했고, 에스케이텔레콤의 송광현 피아르(PR)팀장은 “직급 체계뿐만 아니라 결재라인까지 줄여 업무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로서 수직적 조직문화와 농업적 근면성으로 효과를 봤던 국내 기업들이 이제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서 창의성과 혁신성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직급 체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사평가 등 다양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대기업 인사개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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