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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저성장·고환율에…더 멀어진 ‘3만달러 시대’

등록 2016-03-25 19:47수정 2016-03-25 22:04

한은 “환율 상승이 주원인”
근본 요인은 성장률 둔화
원화 기준으론 3천만원 돌파
‘달러’보다 ‘원화’ 앞세워 눈총

투자율 줄고 저축률은 올라
올해도 경제 활력 약화 지속
3만달러 도달 예상 쉽지 않아
1인당 국민소득
1인당 국민소득
1인당 국민소득이 6년 만에 뒷걸음치면서 10년째 갇혀 있는 ‘2만달러의 덫’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졌다. 원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천만원을 넘겼지만, 국제 비교를 통한 ‘선진국 따라잡기’에는 제동이 걸렸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201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순위는 스페인에 이어 42위다. 40위 이탈리아는 당시 3만4270달러(약 4천만원)였다. 3만달러가 돼도 30위권으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소득이 늘기는커녕 줄어들었다. 선진국들은 대체로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도약하는 데 평균 10년가량 걸렸다. 특히 일본(4년), 독일(6년), 미국(9년)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국민소득 증가 속도가 더 느리게 느껴진다.

한국은행은 이번 감소를 주로 환율 탓으로 돌렸다. 2014년 평균 1053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31원대로 올랐으니 달러 환산액이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통화 가치도 경제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설명이 되기는 어렵다. 반대로 환율이 낮은 기간에는 그 덕에 국민소득이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크게 보면 환율 변동은 ‘기술적 요인’의 성격을 띤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6%로 전년(3.3%)보다 떨어지는 등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게 국민소득 증가의 발목을 잡은 근본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둔화도 국민총소득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투자 비중이 줄고 저축률은 오르는 것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1560조6천억원) 중 국내 총투자율은 28.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27.9%) 이후 가장 낮다. 국내 총투자율은 지난 40여년간 대부분 30%대였으나 2013년부터 20%대로 떨어졌다. 가계 순저축률은 2014년보다 1.4%포인트 오른 7.7%로 2000년(8.4%) 이후 가장 높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62.9%로 전년(62.8%)과 거의 같았다. 2014년에는 이 비율이 1.1%포인트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인구 5천만명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50-30 클럽’에 한국이 일곱 번째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94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돌파 뒤 2만달러 도달에 12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당분간 3만달러 도달 시기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2%대로 예상되는데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평균 환율도 지난해보다 6.4% 높다.

한편 한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1인당 국민소득을 원화로 표기한 것을 앞세우는 ‘꼼수’를 부려 눈총을 샀다. 과거에는 보도자료 표지에 달러로만 표기하고 본문에서도 표에만 원화로 적었다. 한은은 환율 변동이 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환율이 낮아 달러 기준 국민소득이 올랐을 때는 달러를 내세우다 이번에 달러 환산액이 감소하니까 원화 기준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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