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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부장·차장 대신 ‘프로’ ‘님’으로…4050 자리마저 사라질까 불안감

등록 2016-03-28 19:45수정 2016-03-28 21:57

기업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그림자

삼성전자, 호칭 변경 추진
엘지전자, 과장도 부서장 될수있게
“중장년 퇴사 구조로” 안팎 반응
“이미 구조조정 가능 상황” 반론도
‘사오정’(45살 정년)이니 ‘오륙도’(56살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니 하는 자조 섞인 표현으로 상징되는 중장년 직장인들이 최근 기업에 불어닥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에 떨고 있다. 중장년층의 이른 퇴직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기존 업무와 호칭, 직급 체계의 변화 등으로 인해 퇴직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28일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기존 부장·차장·과장 등의 호칭을 ‘프로’나 ‘님’, ‘매니저’ 등 수평적 호칭으로 통일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도 줄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빠른 실행과 열린 소통으로 혁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엘지전자도 호칭은 유지하지만 능력에 따라 과장이나 차장도 기존 부장이 맡던 팀장이나 부서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장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수직적 조직문화를 바꿔 상급자가 아니라 부서와 회사를 위해 일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 등 속속 등장하는 신기술에 재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40~50대 직장인들은 불안감을 토로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부서장 면담, 부서 전환 등으로 중장년층 직원을 구조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사 압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50대 차장은 “이미 퇴사 압박이 이뤄지고 있는데 호칭 통일을 비롯해 새 인사 체제가 만들어지면 중장년층이 일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엘지전자의 40대 부장도 “과거 방식에 익숙한 간부들의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지만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인사 개편은 젊은층의 승진과 선배 세대들의 퇴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호칭 통일 등 수평적 조직문화를 꾀하려던 케이티(KT)에서는 이를 악용해 퇴사 종용 카드로 쓰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40대 후반의 한 차장은 “당시 호칭뿐만 아니라 업무도 수평적으로 한다고 강제했다. 일부 차장이나 부장이 맨홀에서 광케이블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이를 못 견디고 퇴사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케이티 쪽은 “원활한 소통을 위한 것이었지 퇴사 종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공정인사 지침’이라는 명목으로 저성과자 해고를 과거보다 쉽게 해 불안감을 키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증권사의 분석가는 “삼성전자와 에스디아이(SDI)·전기 등이 계속 구조조정을 해오고 있다. (6월) 발표될 내용을 봐야겠지만 새 인사 체계가 중장년층이 스스로 퇴사하는 구조나 저성과자 비중을 늘려 이들을 해고하는 등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우려가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미 ‘매니저’라는 호칭을 쓰는 에스케이(SK)의 한 임원은 “수직적 조직문화에서도 명예퇴직을 통해 구조조정이 가능한 상황인데 수평적 조직문화로 바뀐다고 퇴사 압박이 더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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