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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내 정유4사, 궁합 맞는 산유국 ‘따로 따로’

등록 2016-03-28 20:19수정 2016-03-28 21:13

에스케이, 쿠웨이트산 가장 많아
쿠웨이트투자청서 ‘백기사’ 역할도
GS칼텍스는 이라크·UAE가 절반
에쓰오일은 사우디서 전량 공급
오일뱅크, 이란 제재 후 쿠웨이트로

경제성·국제정치 따라 변화
1980년대까진 사우디 압도적
원유 도입처 다변화 정책 이후
중동 국가간 점유율 크게 변화
‘정유회사마다 궁합 맞는 산유국은 따로 있다?’

산유국이라고 하면 대개 사우디아라비아를 떠올리지만, 실제 국내 정유 4사의 주된 원유 도입국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절감을 위해 원유 도입처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 회사별로 서로 다른 산유국들과 특수관계를 맺은 결과다. 이런 실태는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석유공사의 ‘원유수입 세부 현황’(2015년 1월~2016년 2월) 자료에서 확인됐다.

■ SK이노베이션 ‘오랜 친구 쿠웨이트’ 정유업계 1위인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도입한 원유 3억3776만배럴 가운데 쿠웨이트산이 24%로 가장 많았고 카타르(14%), 사우디(14%), 이라크(9%), 이란(8%)이 뒤를 이었다.

쿠웨이트산 비중이 높은 이유는 그룹 차원에서 맺은 특수관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에스케이그룹이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쿠웨이트 국부펀드인 쿠웨이트투자청은 에스케이 지분 4%를 인수해 최태원 회장 쪽을 지원하는 ‘백기사’ 역할을 했다. 2010년에는 에스케이씨앤씨(SK C&C) 지분 4.9%를 매입하기도 했다. 현재도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씨앤씨가 합병돼 탄생한 그룹 지주회사 에스케이㈜의 지분 3.48%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적도기니·가봉·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영국에서도 각각 5%와 4%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쪽은 “중동 외 지역으로도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적극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올해 들어서는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 GS칼텍스 ‘이라크·UAE가 양대 공급원’ 지에스칼텍스(GS)는 지난해 도입한 2억6818만배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라크(29%)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28%)에서 공급받았다. 사우디(16%)와 카타르·러시아(각각 6%)가 그 뒤를 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우디산이 주류였지만, 1990년대 이후 아랍에미리트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지에스칼텍스의 지분 50%를 가진 모회사인 지에스에너지가 지난해 7400억원을 들여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회사로부터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 지분 3%를 매입하는 등 아랍에미리트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라크산은 비교적 최근 급격히 늘었다. “2007년 탈황시설을 갖춘 중질유 분해시설을 갖춘 뒤 (값이 싼 대신) 황 함량이 높은 이라크산 원유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지에스칼텍스는 1990년대 중반까지 이란 도입 물량이 10% 가까이를 차지했는데, 1995년 이후 거래가 끊겼다. 지분 50%를 미국 석유회사인 셰브론이 소유하고 있는데, 당시 미국 정부가 이란 원유·천연가스 분야에 자국민의 투자·거래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경제제재가 해제된 만큼 도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이란산 원유 도입을 재개할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가 전량 공급’ 에쓰오일(S-Oil)의 원유 공급 구조는 간단하다.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전량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한 2억1338만배럴 가운데 사우디산은 93%인 1억9834만배럴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카타르산이었다.

회사 쪽은 “일반 원유는 아람코로부터 100% 들여오고,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는 사우디 쪽 공급이 모자라 카타르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오일뱅크 ‘이란→쿠웨이트…다시 이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도입한 원유 1억2418만배럴 가운데 쿠웨이트산 비중이 3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라크(14%)·이란(12%)에서도 10% 이상을 도입했지만, 사우디나 1999~2013년 회사의 대주주(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회사(IPIC))였던 아랍에미리트산 비중은 각각 6% 수준에 불과했다.

회사 쪽은 “2011년까지만 해도 이란산을 가장 많이 도입했는데 경제제재 뒤 월평균 350만배럴에서 135만배럴 수준으로 줄였다. 대신 성분이 비슷한 쿠웨이트산 중질유 비중을 늘렸다. 이제 경제제재가 해제됐으니 다시 이란산 도입량을 늘릴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경제성·설비·국제정치 등이 ‘궁합’의 요소 이렇듯 정유사별로 주거래처가 다른 이유는, 각자 경제성에 바탕한 셈법이 다르고 국제정치나 대주주와의 특수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도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우디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정부 독려를 받아 정유사들이 도입처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아프리카와 남미 등 비중동 지역으로의 다변화는 별 진척이 없었지만,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이라크·이란 등 중동 내부에서의 다변화는 활발하게 이뤄졌다.

1990년께 사우디산 점유율은 10%대로 떨어졌고, 아람코는 에쓰오일(옛 쌍용정유) 지분 35%를 투자하고 자사 원유를 공급하면서 한국 시장을 사수했다. 사우디산 점유율은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정유사들은 벙커시유를 다시 한번 정제해 휘발유·경유를 뽑아내는 고도화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한 뒤 값싼 중질유를 주로 들여오는 전략을 취했다. 석유제품의 판매값은 어차피 정해져 있고 비슷한 만큼 최대한 싸게 원료(원유)를 공급받는 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휘발유보다 경유 국제시세가 좋다면, 같은 값이지만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많이 정제돼 나오는 원유를 찾아내 사오는 등 디테일한 운영 노하우도 이익 극대화에 중요하다.

물론 모든 거래가 그렇듯이 에누리도 있다고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뢰가 쌓이고 장기계약을 체결하면 산유국 국영 석유회사가 물량 규모에 따라 할인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서로 지켜줘야 하는 영업비밀이어서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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