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세일에 들어간 용산 아이파크백화점 패션 매장에서 30일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아이파크백화점은 다음달 17일까지 봄 의류와 잡화·아웃도어·인테리어·가구 등 전 품목에 걸쳐 10~30% 세일을 진행한다. 현대아이파크몰 제공
장기간 계속된 내수침체로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백화점 업계의 매출이 올해 들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모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소비가 꺼질세라 백화점들은 작은 매출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대형 전시장을 빌려 출장세일을 열고 정기세일 요일을 조정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4월1~3일, 7~10일 두 차례에 걸쳐 출장세일 행사인 ‘롯데 블랙 슈퍼쇼’를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7600㎡ 넓이의 행사장에 300여개 브랜드가 250억원어치에 이르는 이월상품을 내놓는다. 행사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8시까지다. 1차 행사에서는 외국 명품, 스포츠, 아웃도어, 골프, 잡화 등 패션상품을, 2차 행사에서는 가전, 가구, 식품 등을 최대 80%까지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이후에도 다양한 지역 상권에서 대규모 대관행사를 열 계획이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서울 강남 세텍(SETEC)과 일산 킨텍스에서 네 차례 출장세일을 진행해 4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전체 백화점 매출에서 출장 세일이 차지한 비중은 0.3%에 불과하지만,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도 힘겨운 상황에서는 이만한 매출도 소중하다. 지난 25일 서울 홍대입구 상권에 소형 패션전문점 ‘엘큐브’를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계속되는 소비절벽 상태에서 고객이 백화점으로 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까 고객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초반부터 매출이 오르고 있어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작은 매출도 놓치지 않으려는 백화점들의 노력은 세일을 시작하는 요일도 바꾸었다. 주요 백화점들은 목요일인 31일부터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들어간다. 오랫동안 백화점 정기세일은 금요일에 시작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설 명절행사부터 모든 대형 행사 시작 요일을 목요일로 바꿨고, 이번 봄 정기세일에는 모든 백화점들이 목요일을 시작일로 선택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요일별 매출 분석 자료를 보면, 목요일 매출 비중은 2011년 10.2%에서 지난해 11.0%로 커졌다. 0.8%포인트에 불과한 작은 수치이지만 모든 백화점들의 세일 관행을 바꾸기에는 충분했던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연간 매출 증가율은 지난 2013년 1.1%를 기록한 이후 2014년 -0.7%, 2015년 -1.2%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올해 1~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신세계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장혜진 담당은 “지난달 26일 증축해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한 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1% 성장했다. 오랜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백화점 업계가 그동안 쏟은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연초부터 시작된 매출 상승이 계속 이어지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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