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98억원의 보수를 받아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2014년도에 이어 2년 연속 ‘보수왕’의 자리를 차지했다. 재벌 총수 일가 보수 상위 10명 중에서 정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은 지난해 보수가 한해 전보다 늘어나, 대기업들이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희망퇴직 등 강력한 인적 구조조정을 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30일 상장기업들이 공시한 2015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재벌 총수 일가 중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경영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현대차로부터 56억원, 현대모비스로부터 42억원 등 모두 98억원을 받았다. 정 회장은 한해 전인 2014년에도 215억7천만원을 받아 ‘보수왕’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2014년 보수가 많았던 것은 현대제철 등기이사를 그만두면서 108억2천만원의 퇴직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제일제당 회장이 81억원을 받아 두번째로 많았다. 손 회장의 보수는 2014년보다 25억원이 늘어났다. 제일제당은 “회사의 실적 호전으로 손 회장의 인센티브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등 3개사로부터 64억1천만원을 받아 한해 전보다 3억1천만원 늘어났다. 조 회장은 지난해 한국공항의 등기임원을 그만두는 바람에 이 부분에 대한 보수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 받은 총보수는 7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2014년에는 한국공항으로부터 7억7천만원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4개사로부터 58억원을 받아, 한해 전에 비해 14억5천만원이 늘어났다. 롯데는 “계열사 실적이 골고루 개선돼 성과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엘지 구본무 회장 53억4800만원, 에스케이씨 박정석 전 부회장(최신원 회장의 매제) 48억6500만원, 코오롱 이웅열 회장 48억3천만원의 순서로 많았다.
보수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지난해 보수가 한해 전보다 줄어든 경영자는 정몽구 회장이 유일했다. 주력 기업인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와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3개사로부터 45억3200만원을 받아, 한해 전보다 15억8600만원(41.7%)이 늘어났다. 또 배임 횡령 및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태인 조석래 효성 회장도 44억800만원을 받아 한해 전보다 4억5천만이 늘어났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4개사로부터 41억원을 받아, 한해 전보다 5천만원 늘어났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여름 두 아들 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사실상 경영에서 배제돼 있다. 지에스그룹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37억9900만원을 받아 15억9천만원(71.7%)이 늘었는데, 2014년에 경영실적 부진으로 보수를 받지 않았던 지에스건설로부터 2015년에 18억여원의 보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에서 유일하게 보수를 공개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20억3100만원을 받아 한해 전보다 5억8400만원이 줄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24억7천만원을 받아 2100만원이 줄었다. 이번 보수 공개 대상은 상장사 등기이사로 연간 5억원 이상이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현재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는 총수 일가는 제외됐다.
2014년도 보수 순위 2위를 기록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에는 보수를 한푼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뒤 보수는 일체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임 횡령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씨제이 이재현 회장도 보수를 받지 않았다.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은 등기이사직을 모두 사임해 보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에스케이는 “최 회장이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 경영에 복귀했으나, 보수는 지난해 12월부터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