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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원’ 개발한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회장 별세…식품 외길 걸어온 ‘은둔의 경영자’

등록 2016-04-06 20:19수정 2016-04-06 22:05

5일 노환으로 별세한 ‘국민 조미료’ 미원을 만들어낸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 연합뉴스
5일 노환으로 별세한 ‘국민 조미료’ 미원을 만들어낸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 연합뉴스
일본서 조미료 제조법 배워
1956년 국산 첫 발효조미료 개발
제일제당 ‘미풍’도 끝내 손들어

한때 종합소득 2위 부자 불구
도시락 지참 등 검소한 생활
대외 활동 않고 제품개발 전념

은퇴 후에도 전통 장류 연구 계속
고인 유지 따라 장례 가족장으로
‘국민 조미료’ 미원을 개발해 굴지의 식품기업 대상그룹을 키워낸 임대홍 창업주 회장이 지난 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

대상그룹은 “임대홍 창업회장이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5일 오후 8시57분 유명을 달리했다”고 6일 전했다.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 약력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 약력
1920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임 회장은 국산 조미료 개발의 뜻을 품고 조미료의 성분인 글루타민산 제조 방법을 연구하려고 55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제강점기부터 당시까지 일본의 ‘아지노모토’가 국내 시장을 석권하던 시절이었다. 온갖 어려움 끝에 조미료 제조 공정을 습득한 임 회장은 부산으로 돌아와 1956년 1월 동아화성공업을 설립했다. 150평 남짓한 작은 공장에서 국내 자본과 독자 기술로 최초의 국산 발효조미료 미원이 탄생했다.

어떤 음식에든 조금만 넣어도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미원은 아지노모토의 아성을 뛰어넘어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미원의 성공을 지켜본 제일제당이 1963년 ‘미풍’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온갖 사은품과 경품을 내건 치열한 경쟁 끝에 미풍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되는 세 가지”로 자식농사, 골프와 더불어 미원을 꼽았다. 그러나 1998년 임 회장의 손녀인 임세령 대상 전무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혼해, 1987년에 먼저 작고한 이병철 회장과 임 회장은 사돈지간이 됐다.

1977년 국세청이 발표한 국내 종합소득 순위에서 임 회장은 13억5500만원으로 호남정유 사장을 지낸 서정귀씨의 부인인 윤덕주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큰 부를 축적했지만 임 회장은 검소하기로 유명했다. 1984년 2월20일치 <경향신문>은 ‘구두쇠 사장 백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임 회장이 일본 출장 때 사원 숙소로 마련한 도쿄 변두리 7평짜리 아파트를 이용하고, 출장 중 와이셔츠·내의·양말을 직접 빨고, 식사도 한 끼 이상 꼭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소개했다. 공식 행사가 없는 한 반드시 도시락을 갖고 와 사무실에서 식사하고,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집 창문을 비닐로 막고, 양복 한 벌을 맞추면 보통 10년 이상 입는다고 전했다.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6층 높이의 대상그룹 사옥도 임 회장의 검소한 성격을 보여준다. 1973년 준공된 이 건물은 내부 인테리어만 손봤을 뿐 외관은 40년 넘게 원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임 회장은 1969년 주력 회사들을 상장시킬 만큼 일찍부터 기업공개에 적극적이었다. 반면 개인적으로는 제품 개발과 경영에만 몰두하며 철저하게 은둔의 삶을 살았다. 경제인들 모임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술도 마시지 않고, 가끔 북한산과 도봉산을 찾는 것 말고는 회사와 집만 오갔다고 전해진다. 여느 경영자들과 달리 자서전을 남기기는커녕 언론 인터뷰조차 한 적이 없다. 올해 창립 60돌을 맞은 대상그룹도 이제껏 사사 한 권 펴내지 않았다. 임 회장은 1987년 장남인 임창욱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뒤 2000년대 초반까지 대상 사옥 뒤에 연구실을 두고 전통 장류 연구를 계속했다. 2005년 부인이 세상을 뜬 뒤로는 외부 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

임 회장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은둔자의 모습을 지켰다. 대상그룹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부고를 내지 않았고, 임 회장 생애와 관련된 자료를 달라는 언론의 요청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서울 신촌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빈소는 외부인 조문을 받지 않고 있다. 대상그룹 쪽은 “직원들은 평소대로 근무하고 있고, 임원들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에서 자율적으로 조문하고 있다. 외부 손님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정중히 돌려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발인은 8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북 정읍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 딸 임경화씨, 사위 김종의 백광산업 회장, 손녀 임세령 대상 전무와 임상민 상무 등이 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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