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품시장 개혁 영향’ 보고서
“경기 위축기의 노동시장 유연화
성장률 떨어뜨리고 일자리 줄여
독과점 축소 등 상품시장 개혁은
경기 여건 상관없이 긍정적 효과”
해고 손쉽게 하려는 정부에 일침
“경기 위축기의 노동시장 유연화
성장률 떨어뜨리고 일자리 줄여
독과점 축소 등 상품시장 개혁은
경기 여건 상관없이 긍정적 효과”
해고 손쉽게 하려는 정부에 일침
정부가 올해 들어 정규직 노동자를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노동 시장 유연화 방안을 ‘구조 개혁’이란 문패를 달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런 구조개혁은 경제 성장에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놨다.
국제통화기금은 6일(현지시각) 발표한 ‘노동과 상품 시장 구조개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지난 40년간 선진국에서 취해진 여러 구조 개혁 정책들이 경제성장률과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책별·시기별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구조개혁의 종류와 해당 정책이 취해진 시기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 절차를 단순화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손쉽게 쓸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구조 개편은 경기 위축기에서는 단기(1년 내외)는 물론 중기(2~5년)에도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일자리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실업 수당 등 실업자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정책 역시 경기 위축기에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이런 노동시장 구조 개편도 경기가 활기를 띨 때는 5년 내에 경제에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경제 여건이 괜찮을 때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든 조처들이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경기가 어려울 때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부담을 줄이거나 정부가 예산을 들여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단기적으로나 중기적으로 모두 매우 강한 성과를 내지만, 경기가 활기를 띨 때는 그 효과가 중립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독과점을 줄이거나 각종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상품 시장 구조개혁’은 경기 여건과 상관없이 대체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조개혁도 주어진 경제 여건에 따라 우선순위를 신중하게 선정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의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시장 구조개편은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를 손쉽게 하는 내용인데다 이 정책이 추진되는 현재 경제 여건도 경기 활황기가 아닌 경기 수축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 대로라면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부담을 줄이고 일자리 관련 예산을 늘려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직접 만들거나 민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정책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 또 주요 산업에서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재벌(대기업 집단) 개혁도 핵심 구조개혁 과제로 삼아야 된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는 청년과 여성이 고용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적지 않게 들어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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