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에스케이(SK)네트웍스에 복귀한 최신원 회장(오른쪽 셋째)이 7일 오전 서울 명동 본사로 출근했다. 최 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 최종건 회장의 동상 앞에서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잘해보자’는 뜻으로 힘차게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창업주에 대한 묵념도 없고 성의없이 진행되면서 창업정신이 흐려졌다.”
지난 2011년 3월11일 서울 을지로 에스케이(SK)네트웍스 본사 주주총회장. 주주(지분율 0.07%) 자격으로 일반인석에 앉아 있던 최신원(64) 에스케이시(SKC) 회장이 경영진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룹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로 최태원 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그가 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의 후신인 회사를 찾아 ‘작심 발언’을 하자, 주변에서는 예사롭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창업자 직계 쪽의 지분 또는 경영 참여 요구로 이해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에스케이그룹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되레 당시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그룹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출해 최신원 회장 쪽의 불만 제기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뒤인 7일 오전, 최신원 회장이 다시 에스케이네트웍스 본사를 찾았다. 이번엔 이 회사의 회장 자격이었다. 그는 지난달 18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출됐다. 출근과 동시에 최근 로비에 설치된 아버지 동상에 큰절과 함께 ‘묵념’을 했다.
에스케이네트웍스는 아버지가 만든 그룹의 모태이기도 하지만 최신원 회장 자신과의 인연도 깊다. 전신인 ㈜선경 시절 전무(1994년)와 부사장(1996년)으로 일하다 1997년 에스케이유통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에스케이유통도 2년 뒤 에스케이상사 등과 통합돼 에스케이글로벌이 됐는데, 에스케이글로벌이 분식회계 사건 등을 거치며 회사 이름을 에스케이네트웍스로 바꿨다. 19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최 회장은 1층에서 18층까지 계단으로 이동하며 전 직원들의 손을 잡고 상견례를 했다. 회사 쪽은 “최 회장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개척과 도전 정신으로 대변되는 창업정신을 되살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기업 문화를 만들자’라는 격려를 했다”고 밝혔다.
사실 최신원 회장의 복귀는 그룹 안팎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창업자 아들이지만 지분이 별로 없어 실제 영향력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최태원 회장이 혼외 관계를 고백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적 지탄으로 궁지에 몰린 최태원 회장으로서는 친족 간 화합하는 모습이 절실했다. 이때 최신원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편지로 솔직하게 고백한 것은 이해해줘야 한다. 부부가 살다가 뜻이 맞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며 최태원 회장을 거들어주기도 했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에스케이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에스케이네트웍스 경영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경영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오너 일가이긴 하지만 대주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친동생인 최창원 에스케이케미칼 부회장이 이 회사 대주주(지분율 17%)로서 에스케이건설과 에스케이가스까지 사실상 독자 경영하는 것과 달리, 최신원 회장은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의 ‘배려’에 의해 자리에 오른 게 현실이란 얘기다. 최신원 회장은 수년간 에스케이네트웍스 주식을 꾸준히 사 모았고 이달 초에도 5000주를 매입했지만 지분율은 0.47%에 불과하다.
에스케이네트웍스는 “최 회장이 다음주부터 각 부문별로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지만, 집무실이 정리되는 5월 중순께부터 공식 출근한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