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장, 버블 아니냐는 트럼프 진단에 “버블 아니다”
버냉키·그린스펀 전 의장도 침체론에 부정적 반응 보여
버냉키·그린스펀 전 의장도 침체론에 부정적 반응 보여
애초 기대에 걸맞은 큰 뉴스나 숙고할 만한 정책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버블 여부와 침체 가능성 등에 대한 ‘거물들’의 진단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된 것 같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전·현직 의장 4명이 모여서 한 좌담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재닛 옐런 현 의장과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화상 참석), 폴 볼커 전 의장은 7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만나 미국 경제와 통화정책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보도를 보면 이날 주된 관심사는 현재 미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였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경제가 현재 버블이며 심각한 침체 상태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 적잖이 영향을 준 듯하다. 전문가들 가운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트럼프의 얘기에 동조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옐런 의장은 우선 미국 경제가 세계금융위기의 손상에서 벗어난 뒤 “견고한 길”로 가고 있으며 버블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민간 부채의 큰 폭 증가나 자산가격의 과대 평가 따위의 거품을 가늠할 수 있는 징표가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등의 발언에 공감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도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며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올해 침체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믿을 만한 특별한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도 침체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매우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볼커 전 의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전직 의장 3명이 현 의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버블·침체론자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어 좌담회에서는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한 얘기가 나왔다. 이 부분에서는 옐런이 주로 발언한 성싶다. 아무래도 전직 의장들은 사안의 성격상 나서기가 어려워서 그런 듯하다. 옐런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실수였다고 한편에서 비판하는 데 대해 자신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폴 크루그먼,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등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전후로 연준의 결정이 잘못될 수 있거나 잘못됐다고 비판했고, 연초 국제금융시장이 난기류에 휩싸이자 이런 실수론이 힘을 얻은 바 있다. 옐런은 앞으로의 기준금리 조정을 두고서는 그동안 밝힌 대로 데이터에 의존해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경 선임기자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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