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제안
제조업 비중 높고 사회보장 취약
변화 대응 못하면 장기불황 우려
영국 등 유럽선 기본소득 논의 활발
핀란드 내년 시행…스위스 국민투표
국내도 “삶의 안전망” 도입 주장 나와
제조업 비중 높고 사회보장 취약
변화 대응 못하면 장기불황 우려
영국 등 유럽선 기본소득 논의 활발
핀란드 내년 시행…스위스 국민투표
국내도 “삶의 안전망” 도입 주장 나와
국회입법조사처가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0일 ‘기본소득 도입 논의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산업구조에서 제조업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로 자동화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반면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는 사회보장제도는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구조적 일자리 감소의 대응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기본소득은 자산, 소득, 노동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보고서는 유럽의 논의 경과를 소개하면서 기본소득이 불가능한 제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10월 기본소득에 대한 예비연구를 시작해 올해 하반기에 실험모델을 결정한 뒤, 2017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핀란드 정부는 ‘완전기본소득’·‘부분기본소득’·‘마이너스소득세’(일정 기본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소득 보전) 등 다양한 기본소득 보장안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는 오는 6월 모든 국민한테 월 2500프랑(3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기본소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변동을 첫손에 꼽았다.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위기감이 기본소득 논의에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기술 혁신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서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은 기술적 진보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며, 급격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높은 실업률과 소득 불균형, 소비 감소에 따른 장기 불황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도 최근 누리집에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라는 글을 올려 논의를 주도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도 기본소득 도입 주장이 나온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 등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지난달 ‘기본소득 총선 의제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현실에서 불안정 노동과 실업 문제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삶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빈부 격차 감소와 복지관리비 절감,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공공복지 예산 비율(2014년 말 기준 OECD 평균 21.6%, 한국 10.4%) 등에서 서구 복지국가와는 차이가 있는 만큼, 기본소득 논의 방향은 사각지대 해소 등 복지제도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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