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20%p ‘뚝’…‘신부수업’ 옛말
맞벌이 선호 현상 가속화 반영
맞벌이 선호 현상 가속화 반영
출판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김지영(34·가명)씨는 빨리 결혼하겠다고 마음먹고 2년여 전부터 소개팅과 맞선에 매진해 왔다. 김씨는 지난해 초반 직장을 옮기면서 3개월여 일을 쉬었다. 이직이 자유로운 업계 분위기 탓에 경력 단절에 대한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맞선을 본 상대방들이 오히려 직장은 얼마나 더 쉴 생각인지를 캐물었다. 결국 새 직장에 취직한 뒤 소개팅에서 ‘신랑감’을 찾은 김씨는 지난해 말 결혼에 골인했다. 김씨는 “소개팅 상대방들이 홑벌이에 대해 거의 공포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김씨 사례에서 보듯 점차 직장이 필수 ‘혼숫감’의 하나가 돼 가고 있다. 별다른 직업이 없거나 학생 신분에서 결혼하는 여성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두던 ‘신부수업’은 이제 옛말이 된 셈이다.
11일 통계청의 ‘2015년 혼인 통계’를 분석해 보면, 전체 혼인 건수 가운데 무직(가사·학생 포함) 여성의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9%(30만2828건 가운데 10만2915명)까지 떨어졌다. 이 비율은 2005년엔 51.8%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지만 이후 점차 낮아져 10년새 17%포인트나 빠졌다. 이런 추세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하는 여성 숫자가 큰폭의 감소세를 보이는 데서도 드러난다. 2005년 16만9581명에 이르던 무직 결혼 여성은 2009년 14만4340명, 2013년 12만275명 등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초혼 연령이 높아져 학생 신분으로 결혼하는 여성이 줄어든데다, 맞벌이를 선호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여성 고용률(15~64살)은 55.7%를 기록해 2005년 52.5%와 비교해 3.2%포인트 높아졌다. 혼인 연령대로 꼽히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고용률은 더 높아졌는데, 20대 후반은 68.5%로 2005년(63.0%)보다 5.5%포인트 늘었고 30대 초반은 59.8%로 2005년(48.6%)보다 11.2%포인트나 높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가구에서 맞벌이 가구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고 전업주부는 줄어들고 있다”며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가 혼인 통계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성 초혼 연령은 30.0살을 기록해 통계 작성 뒤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한편, 전체 혼인 건수에서 무직 남성의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7.0%에서 지난해 4.7%로 소폭 감소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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