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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엔고 역풍’ 맞은 아베노믹스…105엔선도 무너지나

등록 2016-04-12 20:06수정 2016-04-12 20:54

올들어 엔화 가치 10% 넘게 올라
마이너스 금리에도 상승세 지속

신흥국발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미 금리인상 조절도 강세 부추겨

일은 총재 “필요하면 추가 완화”
‘환율전쟁 자제’ 국제 공감대 부담
섣불리 개입했다 별 효과 없을 땐
신뢰만 훼손되고 입지 더 좁아져
엔고(엔화 강세) 역풍을 맞아 아베노믹스의 핵심 수단인 ‘일본판 양적완화’가 구조적 장기침체를 끝내는 ‘해피엔딩’에서 멀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주에 110엔 선이 붕괴되며 2014년 10월 2차 양적완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잇단 구두 개입에 나섰으나 엔화 강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조만간 105엔 선을 위협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각국의 올해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할 정도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아베노믹스가 진퇴양난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본이 통화정책 효과의 한계에 맞닥뜨렸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이 우려하고 있다. 1월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는데도 엔화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물가는 꼼짝도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양적완화를 통해 엔저(엔화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고 동시에 자산가격을 띄워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2013년 4월에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 등으로 본원통화 규모를 연간 60조~7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고, 2014년 10월엔 이를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1월엔 마이너스 금리 카드까지 빼들었다. 하지만 올 초 중국 등 신흥국 경제 악화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지자 국제적 안전자산인 엔화 강세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뜻을 비치면서 엔화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07엔 선까지 내려와 연초 대비 10% 넘게 올랐다.

문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개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물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1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완화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국제정치적 환경과 시장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선 지나친 환율전쟁을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본으로선 미국의 양당 대선주자들이 일본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부담이다. 또 환율 개입 국가들에 대한 조사와 제재 여부를 판단하는 미국 재무부의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가 15일 예정돼 있다. 다음달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결국 105엔 선 붕괴도 급작스럽게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면 적극적인 시장 개입은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환율 동향에 따라 28일 일본 금융정책결정회의가 통화정책 추가 완화 등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경제 구조 개혁엔 한계를 보이면서 ‘양적완화’를 비롯한 돈 풀기에 의존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의 실효성 논쟁이 각 나라에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뿐 아니라 유로존 역시 2014년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양적완화를 시행했지만 약효를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독일 정부가 실물경제에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투입하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을 두고 정면충돌하는 상황이다.

엘지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조만간 엔-달러 환율이 100~105엔 선까지 떨어질 수 있어서 불가피하게 시장의 시험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일본은행은 엔고 상황에서 섣부른 개입을 했다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 중앙은행의 신뢰만 훼손되고 입지가 더 좁아질까 고심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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