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선임기자의 ‘이로운 경제’
물가상승률 2% 못미치면 양적완화 확대 시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추가 완화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한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이란 연설을 통해 “일본은행이 경제활동과 물가에 드리운 위험이 어떤 것인지 점검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에 이르기 어렵다고 여겨지면 양적완화 규모를 늘리고 마이너스 정책금리 수준을 더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엔화 강세 현상이 빚어지면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정책이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한편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개의치 않겠다는 얘기로 읽힌다.
일본은행이 지난 1월말 기존의 양적완화 조처에 덧붙여 시중은행의 일본은행 예치금 가운데 일부를 대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뒤 애초 예상과 달리 엔화는 약세를 보이는 대신 되레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27~28일로 잡힌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그는 또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가 점진적으로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정책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기존 정책 시행으로 거둔 성과를 수치로 설명하기도 했다. 2013년 4월 양적완화를 도입한 뒤 중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장기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동시에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진 점 등을 들었다.
그는 연설의 상당부분을 일본의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이 어떤 폐해를 낳았고 일본은행이 이를 퇴치하기 위해 어떤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펴왔는지를 소개하는 데 썼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의 미국 디플레이션과 1990년 후반 이후의 일본 디플레이션을 비교하면서 전자를 ‘급성질환’, 후자를 ‘만성질환’에 빗대기도 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은 환자에게 비교적 가벼운 고통을 주지만 “조용히 몸 전체를 파괴하는 ‘침묵의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일본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강조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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