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헤드셋에 대해 설명하는 마블러스 임세라 대표. 마블러스 제공
경제와 사람
대학때 교육봉사 활동 바탕 삼아
사회적 기업가 MBA 마치고 창업
가상현실 활용한 영어 교재 제작
기업 후원 받아 교재 무료 보급
내년엔 방과후학교 등에도 배포
“소셜 미션 ‘협력 플랫폼’ 꿈꿔요”
대학때 교육봉사 활동 바탕 삼아
사회적 기업가 MBA 마치고 창업
가상현실 활용한 영어 교재 제작
기업 후원 받아 교재 무료 보급
내년엔 방과후학교 등에도 배포
“소셜 미션 ‘협력 플랫폼’ 꿈꿔요”
망원경처럼 생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눈에 가져다 대자 아담한 동네 그림이 화면에 떴다. 시선을 따라 커서가 학교, 우체국, 카페, 쇼핑몰 등으로 움직였다. 커서를 카페에 위치시키고 손으로 헤드셋을 살짝 두들겨 클릭하자 이번엔 레벨 1~4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창이 떴다. 레벨 1을 클릭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360도 회전하며 카페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카페 문이 열리더니 외국인 여성이 가까이 다가오며 반갑게 인사했다.
“I’m so sorry for being late! The traffic is terrible.(늦어서 미안해! 차가 많이 막히더라고.)”
‘뭐라고 답하지?’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괜찮아요. 저도 10분 전에 막 도착했어요’라는 한글 자막과 함께 ‘10 minutes ago’(10분 전에), ‘I just got here’(나도 막 도착했어), ‘I’m OK’(괜찮아) 라는 문구들이 떴다. 어법에 맞게 차례대로 영어 문구들을 클릭하자 정답을 맞췄다는 ‘딩동’ 소리와 함께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가상현실은 인공지능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미래 기술이다. ‘가상현실에 바탕해 1 대 1 맞춤형 영어수업을 한다면?’ 청년 창업가 임세라(29)씨는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초등학생용 영어회화 교재를 만들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 주입식 교육에 질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교육 격차 해소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때는 교육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했죠. 2011년 대학 졸업 뒤 서울 신촌에 옥탑방을 얻어 다문화 아이들을 돕는 모임을 운영했는데 지속성이 떨어져 2년 만에 정리하고 말았죠.”
임씨는 이후 카이스트의 사회적기업가 엠비에이(MBA) 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교육콘텐츠 소셜벤처 ‘마블러스’를 창업했다. 이어 ‘벤타VR’란 업체와 손잡고 생활 속 에피소드를 가상현실로 구현해 영어회화와 접목한 시리즈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상점, 도서관, 공원 등 24개 장소를 선정하고 공간마다 3~5개씩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중이에요. ‘옷 가게에서 셀카 찍는 사람’ 등 아이들이 공감할 법한 스토리를 짜는 게 중요해요. 1년치 스토리가 만들어졌고 해외 촬영도 계획 중이에요.”
마블러스가 준비 중인 혁신적 콘텐츠의 도구는 가상현실 말고도 많다. 플라스틱 액체로 즉석에서 3차원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3D 펜, 잉크에 전류가 흘러 전선 없이 전기나 소리 내는 기구를 만들 수 있는 전도성 펜, 온라인 개별 학습 뒤 오프라인 토론 등으로 학습을 보완하는 플립러닝, 양방향 교육 플랫폼…. 정보기술 기기를 활용하거나 융합, 체험 등에 방점을 둔 혁신적 교육 콘텐츠들이다.
마블러스는 왜 벤처가 아닌 소셜벤처일까. “수익이라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기여라는 소셜 미션(사회적 임무)을 함께 실현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영어 수업’은 에스케이(SK)가 세운 방과후학교 사회적기업인 ‘행복한학교’의 지원을 받아 서울·경기 일부 지역아동센터에 무료로 보급됐고, 내년에는 대구·부산·울산 등 방과후학교 등으로 확대 배포될 예정이다. 창업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응원해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현실의 벽 앞에서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사회적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통해서도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았으면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소셜 미션’을 가진 개인과 기업들을 모아 ‘협력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가상현실 화면. 마블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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