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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박 대통령 확장적 재정정책 펼 때다

등록 2016-04-20 15:22수정 2016-04-22 21:46


이경 선임기자의 ‘이로운 경제’

정부 추진 4대 구조개혁 방향 틀려…경제민주화 다시 고민해야
20대 총선 결과를 보고 박근혜 대통령은 꽤나 민망했을 것 같다. 아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차례 국민들에게 야당 심판을 요구했는데 되레 자신이 심판을 받은 꼴이 됐으니 말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선거 전날인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부가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안 등이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가로막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 국민들과 기업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입니다. …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번 선거에서 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이 정한다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이런 발언을 해놓고 18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라고 얘기할 때 박 대통령은 얼마나 멋쩍었을까. 그럼에도 나는 이 얘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이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다. 이왕이면 대통령으로서 그간의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으면 더 좋겠다.

어쨌거나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말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박 대통령이 이날 자신이 생각하는 ‘민의’가 어떤 것인지 명쾌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손 놓고 있다가는 저성장의 소용돌이에 같이 빨려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와 구조 개혁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데서, 나는 ‘민의’의 실마리를 찾고 싶다.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면 민의에 부응하는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경제 활성화와 구조 개혁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 대통령도 그 의미를 몇차례 강조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추진 방향과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6년 경제전망(수정)’은 경제 활성화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에 견줘 0.2% 포인트 떨어진 것이어서 경제 상황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2%대 성장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은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3.0~3.2%)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잦아졌다. 그런 만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펼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정부 경제팀 수장인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여전히 재정 확대에 소극적이다. 지금 상황에선 어렵다며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하는데 시간을 끌면 효과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또한 부실기업과 가계부채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한다.

구조개혁도 필요하다. 낡은 틀을 깨고 새 틀을 짜야 자원 낭비를 막고 사회 활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구조개혁은 잘못됐다. 구체적인 지향점도 그렇고 일방적인 진행 방식도 그렇다. 이제라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경제민주화에 다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생,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 소득불평등 완화 등을 계속 뒷전에 밀쳐놓아서는 안된다. 형평을 제고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효율을 증진하기 위해서도 경제민주화가 긴요하다는 것은 이제 공지의 사실 아닌가.

이래저래 정부가 정책 기조를 상당부분 수정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고서는 사회 갈등을 줄이면서 견실한 발전을 꾀하기 힘들다. 박 대통령이 깊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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