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식사·씻기 등 개인 생존에 필요한 ‘필수시간’이 조금 늘고, 일·가사노동 등에 매달리는 ‘의무시간’이 조금 줄어드는 등 15년 새 ‘일중독’ 한국인의 생활패턴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인 가운데 60%는 여전히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 자료를 보면, 10살 이상 국민들이 수면·식사·개인 건강관리 등에 쓰는 필수시간은 2014년 하루 평균 11시간14분으로, 조사를 시작한 1999년(10시간18분)과 비교해 56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사·학습·이동 등에 쓰이는 의무시간은 7시간57분으로 1999년(8시간52분)보다 55분 줄었다. 의무시간 가운데서도 일하는 시간이 3시간43분에서 3시간16분으로 크게 줄었다. ‘일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시간 배분이 이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가시간은 4시간49분으로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도 늘었다. 2014년 평균 재택시간은 14시간59분으로 1999년(14시간35분)보다 24분 늘었다.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이 평일 39분, 토요일 1시간1분, 일요일 1시간13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기준 평일 30분, 토요일 35분, 일요일 47분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완연하다. 그러나 가사의 공평한 분담은 아직 먼 이야기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평일 3시간25분, 토요일 3시간37분, 일요일 3시간33분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1999년과 비교해 30분 정도씩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길었다.
20살 이상 취업자들이 일과 관련해 이동하는 시간은 수도권이 1시간36분으로 비수도권(1시간11분)보다 25분 더 걸렸다. 학생들이 학교에 등·하교하느라 걸린 이동시간은 초등학생 59분, 중학생 1시간5분, 고등학생 1시간9분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길어졌다. 이밖에도 10살 이상 국민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은 평일 1시간53분, 토요일 2시간31분, 일요일 2시간51분으로 나타났다. 1999년과 비교해 각각 평일 29분, 토요일 21분, 일요일 42분 줄었다. 책을 읽는 시간도 줄어들어 평일 6분, 토요일 8분, 일요일 9분을 기록했다.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평일 9.7%, 토요일 10.2%, 일요일 10.9%에 불과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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