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즐기는 맥주. AP=연합뉴스
국세청, 과잉 규제 논란에 입장 번복…와인 택배도 허용키로
야구장에서 생맥주 통을 짊어지고 다니며 관람객들한테 술을 파는 ‘맥주보이’를 계속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야구장 맥주보이를 단속키로 했던 정부 당국이 전면 허용키로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21일 정부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야구장 맥주보이의 맥주 판매를 허용키로 결정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 맥주보이가 판매하는 생맥주의 위생상태가 열악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식품위생법상 명문 규정은 없지만, (맥주보이는) 불특정 장소에서 음식을 조리·판매하는 행위로 식품안전 관리 차원에서 허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지었다. 맥주컵과 생맥주통의 관리 등에서 위생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식약처 요청에 따라 주세법 등 관련규정을 검토한 국세청도 야구장 안에서 이동식 판매는 금지된다는 기존 입장에 따라 맥주보이를 불허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두 기관은 앞서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쪽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이미 야구장 관람문화로 자리잡은 맥주보이를 금지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두 기관은 맥주보이 사안을 재검토해 허용키로 입장을 바꿨다. 식약처는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하고 고객 편의를 위해 음식의 현장판매가 이뤄지는 것은 식품위생법상 허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세청도 규제 의견에서 선회한 식약처에 따라 식품위생법상 영업허가를 받은 이가 세무서에 신고하면 주류판매 면허를 자동으로 부여하는 주세법 규정 등에 따라 허용키로 했다.
와인을 택배로 구매하는 관행에 대한 규제도 완화될 예정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각 지방국세청에서 주류 불법 통신판매에 대한 점검을 벌여 소매점 65곳을 적발하고 과태료 총 2억68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현행법상 주류는 대면 거래만 할 수 있는데 와인을 택배로 거래하는 것은 주세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와인은 선물용 대량 구매가 많기 때문에, 택배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국세청은 관계 부처 등과의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소비자가 직접 주류 매장을 찾아 와인을 구매한 경우에 한해 판매자가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선 규제를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주류 구매자의 신원 확인이 이뤄진 만큼, 배달 서비스를 허용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와인의 경우 구매 형태에 특수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규제를 완화했을 뿐, 전화로 주문해 치킨과 맥주를 함께 배달하는 치맥 배달 등은 현행법상 금지된다”며 “야구장 맥주보이를 허용한 것도 식약처가 규제를 풀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으로, 국세청의 주류 판매에 대한 입장엔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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