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선임기자의 ‘이로운 경제’
노벨 경제학상 받은 로버트 솔로 새 분석 제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91)는 20세기 후반기를 빛낸 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솔로는 특히 경제성장론 분야에서 돋보이는 업적을 냈으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과에서 역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런 솔로가 최근 ‘일자리의 미래: 왜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에 많이 뒤쳐지는 현상을 두고 새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지대’ 비중이 줄어든 데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조의 힘이 약해진 점에 주목하는 분석은 꽤 나왔으나 여기에 지대론을 결부한 것은 솔로가 처음인 듯하다.
지난 10년간 미국 비농업 부문의 노동생산성은 12.3%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5.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생산성 증대에 걸맞은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못했고, 이는 결국 소득불평등의 확대로 이어졌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은 소득불평등이 매우 심한 국가의 하나다.
솔로가 임금 지체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한 지대론은 이렇다. 대체로 한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자본의 기여 몫과 노동의 기여 몫을 합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솔로는 이 부가가치에, 기업의 ‘특별한 지위’로 얻게되는 보상(불로소득)도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독점지대, 줄여서 지대다. 기업의 ‘부가가치=자본 몫+노동 몫+지대’라는 얘기다. 특별한 지위는 기업이 지닌 독점력이나, 규제 덕분에 경쟁 압력을 덜 받게되는 혜택 등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런 지위에 따라 생기는 지대는 국내총생산(GDP)의 10~30%로 추정된다. 우리가 집계하는 임금과 이윤에는 지대가 들어있으며, 이 지대의 배분을 둘러싸고 노동자와 자본가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간에 공식·비공식 협상이 벌어진다고 솔로는 말한다.
그런데 지난 몇십년 동안 노조의 협상력이 떨어지며 지대 배분에서 노동 쪽이 불리하게 됐고, 이는 임금 상승이 생산성 증대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솔로는 그러면서 노조와 단체협상의 쇠퇴, 기업의 강경한 태도, (기업 친화적) 노동관련법의 등장 등이 노조의 협상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파트타임의 증가 등 ‘노동의 임시직화’는 지대 배분에서 노동 쪽의 입지를 더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솔로가 세계화에 따른 국제경쟁의 심화와 자본에 유리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 추세 등이 임금 지체에 끼친 영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요인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게 맞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듯 원인의 ‘전부’는 아니라고 얘기한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로버트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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