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7천억·한진해운 8천억 중
산업은행이 대부분인 80% 인수
개인 투자자도 큰 손실 우려
산업은행이 대부분인 80% 인수
개인 투자자도 큰 손실 우려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국책은행의 손실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대표)을 비롯한 대주주들은 손실 최소화를 위해 지분을 사전에 매각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국내와 국외 투자자를 상대로 팔아넘긴 사채 잔액은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은 공모 사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한 사채 발행액이 각각 8040억원과 7천억원 수준이다. 한진해운도 공모 사채로 4500억원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8천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일시에 대규모로 만기가 도래한 사채를 상환하고자 기업들이 또다른 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산업은행이 인수해주는 제도다. 기업이 만기 상환액의 20%를 갚으면 산업은행이 나머지 80%를 인수해준다. 이후 산은이 떠안은 채권 대부분은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신용을 보강한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증권’(P-CBO)에 편입돼 일반투자자 등에 재판매되며, 금융투자업계가 조성한 회사채안정화펀드 등이 나머지를 인수한다. 이 제도는 2013년 해운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신보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물량 가운데 9천억원어치를 보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보와 산업은행이 인수한 회사채 손실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상선 공모 사채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개인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 사채의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법정관리로 갈 경우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도 비슷한 상황이다. 두 해운사의 부실경영과 구조조정 지연으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조2천억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 가운데 일부를 해운사에 지원해주기도 했다. 5천억원으로 선박투자회사(캠코선박운용)를 만들어 한진해운(17척), 현대상선(4척) 등 7개 해운사의 배를 매입한 뒤 다시 빌려줘 자금운용의 숨통을 틔워줬다.
그럼에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자율협약 신청을 며칠 앞둔 시점에 남은 지분을 매각해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현대상선에서 지난해 9억6천만원의 고액 연봉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역시 2014년부터 경영을 맡은 한진해운에서 손을 떼고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정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포기만으로는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재 출연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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