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로봇청소기(청소로봇)를 내놓은 엘지(LG)전자가 누적 판매량 40만대를 넘어섰다. 단순한 빗자루질 기능에서 출발한 로봇청소기는 최근 음성인식과 증강현실(AR) 기능까지 품으면서 ‘인공지능’의 면모까지 갖춰가고 있다.
엘지전자는 “로봇청소기 ‘로보킹’의 국내 누적 판매량이 40만대를 넘어섰다”고 25일 밝혔다. 로보킹은 엘지전자가 2003년 4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내놓은 로봇청소기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세계 첫 로봇청소기 ‘트릴로바이트’를 2003년 국내에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 업체 아이로봇의 ‘룸바’ 등 200만원이 넘는 제품들이 주목을 받자, 엘지전자가 같은 해 자사 제품을 출시했다. 리모컨과 예약 청소 기능을 담았으며, 장애물을 피하기 위한 초음파 센서도 달았다.
뒤이어 중소업체들도 잇따라 제품을 출시했지만, 당시 기술이 초보적이어서 청소 기술이 완벽하지 못했다. 2006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청소로봇 시험결과 보고서’를 보면 “일렉트로룩스·엘지전자 등 13개 업체의 제품들 모두 구석 청소를 깨끗하게 하지 못했고, 일부 제품은 카펫을 지나거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도 로봇청소기를 개발했지만 출시를 미루다가 2006년에 ‘삼성전자 로봇청소기’를 내놨다.
가전업계는 연간 국내에서 240만대 정도 팔리는 청소기 가운데 로봇청소기가 7만대 정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로봇청소기 시장이 10년 넘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일부 영역에서 인간이 지시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이른바 ‘약한 인공지능’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초음파·적외선 센서를 통해 공간을 인식하던 제품들이 2008년 이후 카메라를 달면서 공간을 인식하거나 청소 상태를 촬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외부에서 조종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loT) 기술이 적용되고 문턱 감지 기능도 생겼다. 최근 증강현실 기능을 접목해 집 안을 3차원 영상으로 인식해 청소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최근 빗자루처럼 쓸어담는 방식이 아닌 일반 청소기와 같은 진공흡입 방식을 쓰는 로봇청소기를 내놨다.
로봇청소기의 지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범희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로봇에 지능지수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 연구를 진행하면서 로봇청소기의 청소·인지·자율주행·반복학습 등 지능을 측정했는데, 국내 제품(57~73점)이 해외 제품(33~43점)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다양한 기능을 적용한 국내 업체의 로봇청소기 지능지수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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