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이 전세난 속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전셋값 급등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서민들의 전세금 보호 안전장치인 반환보증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선 소비자 편익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보증공사가 지난해 도입한 ‘일부 보증’의 보증 규정이 지난 4월1일부터 바뀌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전세금 반환보증은 보증금 전액 보증이 원칙이었으나 보증공사는 지난해 9월 소비자들이 원하는 금액만 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일부 보증을 도입했다.
가령 3억원짜리 집을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전세로 계약한 임차인이 전세보증금 전액을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5000만원만 가입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예전 제도에서는 이 경우 보증에 가입한 5000만원은 우선 공사가 보장하고 이어 집을 경매에 넘겨 2억2000만원에 낙찰되면 이 가운데 2억원을 임차인에게 지급했으며, 만일 2억원에 낙찰되면 낙찰액 전액을 임차인에게 줘 손해를 입지 않도록 했다. 2억원 이하에 집이 팔릴 때만 임차인이 손실을 떠안게 되는 식이다.
그러나 바뀐 제도에서는 집이 팔려 손실이 나면 보증 가입액 비율(낙찰금액x전세금반환보증 미가입금액/전세보증금)에 따라 공사와 임차인이 손실을 부담하도록 했다. 만일 2억2000만원에 낙찰돼 3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임차인이 2400만원(전세금 중 보증 미가입 비율 80%)의 손실을 보고 2억260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이에 대해 보증공사 쪽은 일부 보증과 전액 보증 사이의 형평성이 훼손됐다는 내부 지적이 제기돼 보증 규정을 손질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증공사 금융기획실 관계자는 “애초 일부 보증제도 도입 때부터 그런 방식을 적용했어야 하는데 다소 뒤늦게 문제점을 고친 것이며, 3월31일 이전 가입자는 종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또 일부 보증이라도 보증액을 높이면 임차인이 손실을 입는 경우는 줄어들고 가장 안전한 방식은 종전처럼 전액 보증을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보증이 도입된 뒤 지난 3월 말까지 가입자의 15%가량이 이 제도를 이용했던 사실로 미뤄볼 때 이번 보증 규정 변경으로 소비자 편익이 줄었다는 지적은 면치못하게 됐다.
세입자가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때 대부분 집주인과 마찰을 빚는 현실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꼽힌다. 대부분 전세금 반환보증은 보증공사 영업점이 임차인한테서 전세금반환채권을 양도받았다는 사실을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으로 송달한 뒤 집주인의 수령 사실을 확인하고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가입이 이뤄진다. 그러나 집주인들은 계약 당시 이런 사실을 몰랐다가 통보받았을 때 불쾌감을 느끼기 십상이고 이후 임차인과의 관계가 틀어지곤 한다는 게 문제다. 최근 경기 성남시에서 전셋집을 계약한 뒤 반환보증 가입을 신청한 박아무개씨는 “전세 계약 때 집주인에게 보증 얘기는 꺼내지 않았는데 잔금 지불 때는 말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집주인의 동의없이도 가입할 수는 있다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