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1979년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줄곧 쓴 개·폐점 음악을 37년 만에 바꾼다.
롯데백화점은 29일부터 오전에 문을 열 때 영화 <오즈의 마법사> 오에스티(OST)로 유명한 ‘오버 더 레인보’를, 문을 닫을 때는 미국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버트 바카락의 ‘클로즈 투 유’를 사용한다고 28일 밝혔다. 새 개·폐점 음악은 일본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가 편곡·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창립 이후 개점 음악으로는 베르디의 ‘개선행진곡’을, 폐점 음악으로는 스웨덴 그룹 아바의 ‘아이 해브 어 드림’을 써왔다. 롯데백화점은 37년 만에 이를 바꾼 것은 고객들의 변화된 쇼핑 취향에 맞춘 것이라고 했다. 쇼핑의 주목적이 구매뿐이던 시절에는 ‘개선행진곡’처럼 경쾌하고 빠른 곡이 고객들의 구매 의욕을 북돋고, 아바의 노래는 쇼핑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고객들은 물건을 살 뿐 아니라 데이트를 하고, 맛집을 탐방하고,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여가형 쇼핑’을 즐기는 쪽으로 변했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도록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의 곡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개점 음악으로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 중 ‘아침’을 2011년부터 사용 중이다. 고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침을 맞이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폐점 음악으로는 1980년대부터 폴 모리아 오케스트라의 ‘굿바이’를 사용해오다 2000년 서울 강남점 개점과 함께 영국 출신 가수 메리 홉킨의 ‘굿바이’로 바꿨다.
현대백화점은 점포마다 다른 개점 음악을 쓰다 2009년부터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스티브 바라캇의 ‘플라잉’으로 통일하고, 폐점 음악은 1985년 압구정 본점 개점 때부터 폴 모리아 오케스트라의 ‘아리랑’을 들려준다.
신세계백화점 홍보팀 정희원 과장은 “백화점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음악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지향하는 신세계 본점은 클래식과 재즈 비중이 높다. 많은 고객이 몰리는 세일 기간에는 경쾌한 음악으로 고객들의 발걸음이 보다 빨라지도록 유도한다. 대체로 구매 판단이 빠른 남성들이 주로 찾는 층은 음악 템포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신중하게 구매하는 여성들을 위해서는 차분한 음악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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