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관광사업 활성화와 투자·고용 촉진을 명분으로 서울 지역에 4개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할 계획을 발표한 29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올해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4개 더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해 추가된 3개 면세점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출혈경쟁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지난해 특허 갱신에 실패한 면세점들이 불과 반 년 만에 되살아나는 게 유력해진 상황이어서 이들 면세점에 대한 특혜 논란과 함께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관세청 등 정부당국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하고 관광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 지역에 4곳의 시내면세점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만 특허권을 발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를 고려할 때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최대 5곳까지 추가 설치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5년간 시내면세점 매출액이 연평균 20%씩 증가했고, 관광객 숫자도 3년 평균 14%씩 증가하는 등 시내면세점 시장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은 “추가 시내면세점 특허 개수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두 고려하고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범위로 산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제시한 근거는 지난해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14년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조정하면서 3곳(대기업 2곳, 중견·중소기업 1곳)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여러 기업들이 3장의 특허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새로 특허를 얻은 한 면세점의 임원은 “이럴 거였으면 작년에 특허 7개를 추가하는 게 옳았다. 당분간 당연히 추가 특허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기업들마다 사활을 건 특허 전쟁을 치른 것이다. 지난해 세운 투자계획과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는 지난해 특허 갱신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과 에스케이(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를 다시 살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내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기업은 롯데와 에스케이네트웍스, 현대백화점 등 3곳이 전부인 만큼, 이들 기업이 특허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청한 신규 면세점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갱신을 안해준 것인데 불과 6개월 만에 그 결정이 뒤집어지게 됐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 하는 정부 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허심사의 기준, 배점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대로 5월 말~6월 초 관세청 누리집에 특허 신청 공고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공고 절차 4개월과 심사과정 2개월을 거쳐, 올해 말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현웅 유신재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