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선임기자의 ‘이로운 경제’
“미국의 양적완화, 주식시장 부양으로 부의 불평등 심화”
“이자율을 올리느냐 내리느냐가 (통화정책의) 적절한 이슈는 아니다. 진정한 이슈는 신용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느냐다. 중앙은행의 이자율 조정이 곧바로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최근 <애틀랜틱>과의 회견에서 한 말이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느냐 인하하느냐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현실에서 뜻밖의 주장 같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신용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금 흐름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
스티글리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돈이 중소기업에 흘러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신용경로를 개선하는 데 좀더 초점을 맞췄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처럼,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연준 돈을 쓰려면 중소기업들에 대출해야 한다고 공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대출금이 부동산투기나 해외, 헤지펀드 등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밝혔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티글리츠는 이어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중앙은행 등이 시행중인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지만 견실한 경기회복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마이너스 금리 도입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모든 작은 기업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면 미국 경제는 확실한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는 게 그의 진단이다.
스티글리츠는 미국의 양적완화를 두고 주식시장 부양을 통해 부의 불평등을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부자들이 주식을 많이 보유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런 비판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양적완화가 주택시장 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을 이끌어 소득과 부의 불평등 확대를 억제하는 데 한몫한 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스티글리츠는 이런 점들에서 보듯 통화정책이 효과를 더 높이기 어려운 지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그런 만큼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등은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국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거시경제가 불평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해왔다”며 “이는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경제학계에서 시장의 한계에 초점을 맞추는 그룹과, 시장의 경이로움을 얘기하는 그룹이 함께해왔지만 불행하게도 후자에 너무 많은 관심이 쏠렸다는 말도 했다. 후자가 세계 금융위기를 낳고 불평등을 확대하는 데 큰 구실을 했다는 얘기를 에둘러 하고 있는 셈이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조지프 스티글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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