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마치고 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이주열 총재, 자본확충펀드 제시도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식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가 출범한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지원에 나서더라도 손실 최소화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참여하기 위한 원칙과 전제조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머물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이 할 역할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구조조정이 진전되면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지면서 금융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확충 참여의 명분을 한은의 역할 가운데 하나인 ‘금융안정’ 도모에서 찾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하려면 납득할 만한 타당성이 필요하고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책은행에 대한 직접 출자보다 대출이 손실 최소화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예로 들었다. 이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도 조성된 바 있다. 이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하고, 은행들이 그 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또 최근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둘러싼 논란이 과도하게 증폭돼 당혹스러웠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은이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협조를 안 한다는 이야기에 당혹스럽다”며 “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한은 모두 충족할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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