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카네이션 달고 급식받는 어버이날 어버이날인 8일 낮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한 어르신이 밥그릇을 들고 식사 자리로 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5년동안 거래량 33% 줄어
부모 원치않고 자식도 안사
대신 건강식품·상품권 선물
부모 원치않고 자식도 안사
대신 건강식품·상품권 선물
인천에 사는 정세희(37)씨는 몇 년 전부터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사지 않고 있다. 친정이나 시부모님들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정씨는 “요즘 부모님들은 옛날 어르신들처럼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다니지 않는다”며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사가도 금방 시들어 며칠 못 본다. 오히려 부모님들이 아깝다며 사오지 말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씨는 카네이션 비용을 아껴 선물을 좀 더 좋은 것으로 사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홍삼과 여름용 모시옷을 샀다.
오랫동안 5월 어버이날 선물의 대명사였던 카네이션 판매가 급속히 줄고 있다. 불황으로 꽃 소비가 전반적으로 침체한데다가 꽃보다는 건강식품이나 상품권 등 실용적인 선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경매실적을 보면 카네이션 성수기인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거래량이 줄고 있다. 어버이날 전 10일간(4월 27일∼5월 7일) 카네이션 거래량은 2014년 20만9448속, 지난해 19만4367속, 올해 18만7105속으로 감소했다. 카네이션은 20송이가 1속이다. 2011년(28만443속)과 견주면, 5년 만에 카네이션 거래량이 33.3%나 줄어들었다.
실제로 G마켓이 가정의 달을 앞두고 지난달 말 고객 76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어버이날에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선물을 할 계획이라는 응답은 5%에 그쳤다. 선물하려고 계획 중인 상품으로는 상품권(27%), 건강식품(24%), 패션용품(15%), 취미용품(12%) 등을 많이 꼽았다.
이런 사회 분위기 탓에 국내 카네이션 생산이 줄고 있고 그나마 유통되는 카네이션도 중국산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카네이션 재배 면적은 2010년 125㏊에서 2014년 72㏊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카네이션 수입액은 137만7천달러에서 234만4천달러로 증가했다. 중국산 카네이션은 연간 1천만 송이 정도가 국내에 들어와 전체 카네이션 수입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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