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전세난 심화
국토부 ‘주거비 경감대책’
공급가구 1만가구로 2배 확대
적합여부 기간 7일서 1~2일로
국토부 ‘주거비 경감대책’
공급가구 1만가구로 2배 확대
적합여부 기간 7일서 1~2일로
경기 안양시에 사는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올해 초 입주하기로 한 전세임대주택을 제때 구하지 못해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로 선정돼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은 잠시였을 뿐, 막상 입주할 셋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김씨는 해당 집이 전세임대로 적합한지 엘에이치로부터 확인을 기다리는 사이 다른 사람한테 계약을 빼앗기는 일을 두 차례나 당한 뒤에야 겨우 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김씨는 “전월세난이 심해 방이 나오자마자 수요자가 몰리는데 굳이 특정 대학생을 위해 일주일 이상 계약을 미루면서 기다려줄 집주인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학생 전세임대는 입주자로 선정된 대학생이 중개업소에서 매물을 찾으면 해당 중개업자가 계약 당사자인 엘에이치로부터 요건에 맞는지 확인(권리분석)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때 권리분석 기간이 7일 정도 소요되는데 그사이 집주인이 다른 사람과 계약하는 일이 빈번했다. 또 집주인들은 계약자(엘에이치)와 입주자(대학생)가 다르다면서 계약을 꺼리기 일쑤이고, 시세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 현장에서 ‘전세임대’는 경험 있는 전문 중개사가 아니면 거래를 알선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물건으로 통한다.
8일 부동산 업계 말을 종합하면, 국토교통부가 최근 ‘4·28 주거비 경감대책’에서 올해 ‘대학생 전세임대’ 공급 가구수를 종전 계획(5000가구)보다 두 배 많은 1만가구로 늘리고 입주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개선안을 보면, 엘에이치는 입주 희망자가 구한 매물이 전세임대로 적합한지 여부를 24시간 안에 통보하기로 했다. 계약 소요 기간을 종전 7일에서 1~2일로 단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전세임대 거래 경험이 풍부한 공인중개사와 입주 유경험자를 소개해, 주택 물색 등의 상담을 지원하는 ‘일대일 멘토-멘티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런 개선 방안에 대해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매물난’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강북에서 수년간 전세임대를 알선한 경험이 있다는 한 공인중개사(굿모닝공인)는 “권리분석 기간이 줄어들면 계약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멘토-멘티 서비스도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요즘 같은 때는 대학생이나 신혼부부가 전세임대로 들어갈 저렴한 가격대의 매물을 찾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전세임대 요건에 맞는 셋집이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1년 처음 도입된 엘에이치의 ‘대학생 전세임대’는 입주를 희망하는 대학생이 적정한 주택을 구하면 엘에이치가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고 이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학생한테 재임대하는 것이다. 보증금 지원 한도는 수도권 7500만원, 광역시 5500만원, 그밖의 지역은 4500만원이며, 임대료는 엘에이치가 지원한 보증금의 연 1~3%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4·28 주거비 경감대책’에서 ‘대학생 전세임대’를 ‘청년전세임대’로 확대 개편해 입주 대상에 취업준비생(졸업 후 2년 이내)도 추가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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